20장. 나에게 열린 세상 – 상실의 심연을 넘어 날개를 펴다
나의 어두운 세상을 비추던 작은 등불과도 같았던 그 생명의 허망한 소멸 앞에서, 나는 하나의 준엄한 진실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삶은 너무나 짧고, 우리의 모든 순간은 마치 덧없이 스쳐 지나가는 바람과 같다는 것을. 그러니 더 이상 잃어버린 꿈들과 희망을 미루고만 있을 시간이 없다는 것을. 그 잔인한 깨달음은 나의 모든 망설임과 두려움을 산산조각 내 버렸다.
나는 평생 동안 '여행'이란 것은 나 같은 평범한 존재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특별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 여겨왔다. 그것은 부와 여유를 가진 이들, 든든한 가족의 지원과 안정적인 기반을 가진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하루하루 작은 방의 임대료와 식비를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었기에, 감히 꿈조차 꾸지 못했다. 그러나 그 작은 생명의 상실은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나를 밀어 올리듯, 나는 충동적으로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길고 긴 고민도, 구체적인 계획도,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알았다. 지금 이 순간, 이 끓어오르는 용기를 붙잡지 못한다면, 평생 동안 이 미지의 도전을 감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그것은 절박한 자기 구원이자, 나의 모든 삶을 걸어야 할 위대한 도약이었다.
나의 첫 행선지는 오래전부터 그림 속에서만 상상해 왔던 미지의 땅이었다. 비행기가 거대한 몸집을 일으키며 하늘로 치솟던 그 순간, 나는 마치 이 세상의 중력으로부터, 그리고 나를 짓누르던 과거의 모든 무게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로워지는 듯한 황홀경을 경험했다. 나의 심장은 흥분과 전율로 가득 차 격렬하게 요동쳤다. "나는 날고 있어. 지금 이 순간, 나는 정말로 날아오르고 있어!" 과거의 모든 상처와 슬픔을 뒤로하고, 진정한 나 자신으로 비상하는 느낌이었다.
미지의 대지에 발을 디딘 순간, 나의 눈앞에 펼쳐진 세상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색채와 향기, 그리고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나의 굳게 닫혔던 감각들은 마치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낯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언어로 재잘거렸고, 도시의 공기 중에는 전에 맡아보지 못한 새로운 향기들이 떠다녔다. 거리의 건물들은 이제껏 보지 못한 다른 빛깔과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반짝였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처럼 낯선 골목길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길 위에서 나는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가벼움'을 느꼈다. 이 공간에서 나는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존재였다. 나의 아픈 과거도, 나의 마음 깊이 숨겨진 상처들도, 이방인의 눈빛 속에서는 그저 무의미한 그림자에 불과했다. 나는 완벽하게 자유로웠다. 세상 모든 기대와 굴레로부터 벗어나, 오직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자유를 맛보았다.
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거리를 헤매었다. 고즈넉한 박물관에 앉아 옛 인류의 흔적을 느끼고, 작은 노천카페에 앉아 낯선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 삶의 편린을 엿보았다. 그 모든 순간의 감정들을 나는 작은 수첩에 꼼꼼히 기록해 나갔다. 나의 모든 발걸음, 나의 모든 시선, 나의 모든 숨결이 마치 의미 있는 계시처럼 느껴졌다. 어떤 날은 책방의 늙은 주인이 나에게 알 수 없는 언어로 된 지역 작가의 소설을 권하며 따스한 미소를 지어주기도 했고, 또 어떤 날은 시장의 할머니가 나의 손에 먹음직스러운 과일을 쥐여주며 마치 자비로운 여신처럼 자신의 온정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그 모든 우연한 만남들은 나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순간들이었다. 찰나의 스침조차도, 나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는 위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진정한 '영감'이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듯 평범하고 일상적인 순간들의 작은 조각들 속에서 조용히 움터 난다는 것을. 시끄러운 거리의 소음 속에서, 갓 내린 커피의 향긋한 내음 속에서, 이름 모를 행인과의 짧은 눈맞춤 속에서, 그리고 드넓은 바다 위로 번지는 석양의 황홀한 붉은빛 속에서. 나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흡수했다. 나의 감각은 한계를 넘어선 듯 확장되었고, 나의 영혼은 끝없이 갈구하는 문학적 감수성으로 충만해졌다.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마치 내 안의 모든 감각들이 소멸될까 두려워하는 것처럼, 단 한 조각의 의미라도 놓칠세라 필사적으로 기록했다. 나의 글은 나의 분신이자, 나의 존재의 이유가 되었다.
여행은 나에게 더 이상 사치스러운 오락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삶을 지속시키는 절대적인 '필요'가 되었다. 더 이상 나는 아픈 과거의 그림자로부터 도망치는 도피자가 아니었다. 나는 찬란한 미래를 향해 굳건한 발걸음을 내딛는 용감한 개척자였다. 모든 여정은 나의 내면을 새롭게 단련시키는 거대한 수행과도 같았다.
비행기 편을 갈아탈 때마다, 낯선 도시의 공기를 들이마실 때마다, 나의 존재는 매번 새롭게 변모했다.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다채로운 색채들이 나의 메말랐던 마음에 물들었고, 나의 심장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에너지로 충만해졌다. 마치 고치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나비처럼, 나는 매 순간 진화하고 있었다.
때때로 나는 걷고 있는 나의 길 위에서, 보이지 않는 그의 존재를 느꼈다. 그 작은 생명은 비록 육신으로는 내 곁에 없었지만, 그의 영혼은 언제나 나의 여정을 따뜻하게 동반하고 있는 듯했다. 그의 희미한 '골골송'이 나의 심장 깊은 곳에서 조용히 울려 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처럼. "사랑하는 나의 주인이여, 보라. 이 세상은 이렇게나 아름답다. 그 모든 아름다움을 온전히 그대의 삶을 위해 살아가라." 그의 존재는 나의 영원한 영감이 되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돌아왔다.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롭게 태어난 존재가 되어. 나의 모든 것들이 변화하고 진화한 채. 나는 이제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깨달았다. 나의 삶을 온전히 장악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가득 찬, 완전한 나 자신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나는 홀로 공항 유리벽 앞에 서서, 저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아오르는 비행기들을 응시했다. 나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하지만 단호한 고백이 흘러나왔다.
"나는 더 이상 그 누구의 희생양도 아니다. 이제 나의 삶의 모든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쓰고 만들어갈 진정한 '작가'이다."
바로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펜을 들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이 모든 과정이 단순한 취미 활동도, 현실로부터의 비겁한 도피도 아니라는 것을. 그것은 나의 존재를 증명하는 가장 진실하고 위대한 '나의 길'이었다. 나의 영혼의 '목소리'였고, 그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나의 '자유' 그 자체였다. 이 길 위에서, 나는 영원히 나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