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장. 작은 빛과 거대한 상실 – 불멸의 영혼을 깨우다
내가 쓰레기통 옆에서 한 줌 희망과도 같았던 그 작은 생명, 아기 고양이를 주웠던 그 밤,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작은 온기가, 그 미약한 숨결이 켜켜이 쌓여 견고하게 굳어져 있던 내 삶의 얼어붙은 시간을 녹여내고, 마침내 나라는 존재를 구원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그의 등장은 운명의 장난이라기보다는, 필연적인 계시처럼 다가왔다.
그는 너무나도 작고 여려서, 내 손바닥 안에 겨우 움켜쥘 수 있을 정도였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존재였다. 그러나 그 작은 생명이 발하는 온기와 그 존재감은,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오랜 공포증과도 같았던 밤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내 곁에 머무르면서, 나는 생애 처음으로, 혹은 아주 오랜 세월 끝에 다시금 밤의 정적이 더 이상 나를 공포로 몰아넣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둠은 더 이상 나의 적이 아니었다. 직장에서 돌아온 나를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리에 온몸을 비비며 으르렁거리는 듯한 굵은 목소리로 행복감을 표현하던 그의 모습은 마치 나에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이젠,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에요. 나는 당신 곁에 있어요." 그 작은 몸짓 하나하나에, 나의 고독과 고통은 마치 거짓말처럼 서서히 녹아내렸다.
그와 함께, 나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가족'이라는 존재를 나의 삶에 받아들였다. 비록 둘만의 작고 소박한 형태였지만, 그 어떤 허울 좋은 가족이라는 이름보다도 단단하고 깊은 유대로 엮인 우리만의 세상이었다. 내가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의 이름도, 나의 삶을 난도질했던 과거의 모든 어두운 그림자들도, 그의 맑고 투명한 눈빛 앞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나는 두려움을 잃었다. 아니, 두려움의 족쇄에서 비로소 해방되었다. 그의 작고 따뜻한 존재가 나의 삶에 가져온 것은 그저 빛 한 줄기가 아니었다. 그는 나의 영혼 깊숙이 스며들어, 얼어붙었던 심장을 다시 뛰게 했다. 나는 그와 함께 다시 웃는 법을 배웠고,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일상 속에서도 소중한 기쁨을 찾아내는 법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내 안에 알 수 없는 거대한 무언가가 싹트고 있음을 느꼈다. 짓밟히고 억압당했던 나의 본연의 모습이, 그의 따뜻한 시선 속에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바로 '글쓰기'였다.
마치 운명처럼, 혹은 신의 계시처럼 다가온 순간이었다. 나는 오랜 시간 동안 텅 비어 있던 연습장을 펼쳤고, 무심코 펜을 들어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마치 봉인되어 있던 샘이 터지듯, 내 안에서 억눌려 있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이 나의 첫 소설의 서막이었다.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일상의 업무 중간의 짧은 휴식 시간 속에서, 심지어 꿈속에서까지 글의 조각들을 주워 담았다. 잉크가 종이 위에 번지고, 단어들이 모여 문장이 되고, 문장들이 얽혀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그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황홀할 정도로 경이로웠다. 내 안에서 흘러나오는 이 단어들이, 나의 존재를 지탱하는 유일한 길이자, 나를 옥죄던 과거로부터 벗어나는 유일한 구원임을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것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선 나의 숙명이었고, 나의 삶의 가장 진실한 목적이었다.
그렇게 삼 년이라는 시간이, 계절이 바뀌고 세상이 변하는 사이에도 나는 오직 글을 쓰고, 그와 함께하는 삶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제 어엿한 성묘가 되어 나의 곁을 지켰지만, 어릴 적 버려졌던 아픔 때문이었는지, 위장에는 늘 탈이 많았다. 나는 그를 위해 새벽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가녀린 그의 몸에 주삿바늘이 꽂힐 때면, 내 가슴은 찢어지는 듯 아팠고, 그의 작은 발을 따뜻하게 감싸 안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밤늦게까지 그의 곁을 지키며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제발, 제발 살아남아줘. 나의 작은 빛, 제발.'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절실했던 기도가, 그 작은 생명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운명은 너무나도 잔혹하게 다시 한번 나를 짓밟았다. 어느 날 밤, 모든 노력이 무색하게 그의 심장은 마침내 멈춰 섰다. 차가운 겨울밤의 정적 속에서, 그의 마지막 숨소리가 허공으로 흩어지는 순간, 나의 세계도 함께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나는 그의 운반용 케이지 곁에 주저앉아, 차가워져 가는 그의 작은 몸을 하염없이 어루만졌다. 아직 남아있는 그의 미미한 온기는 나의 손끝에 잔인하게 남아, 곧 사라질 생명의 흔적을 알렸다. 그의 부드러운 털에 얼굴을 묻고 흐느낄 때마다, 내 안에서는 마치 거대한 댐이 터지듯, 그동안 억눌러왔던 모든 아픔과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왔다. 그 작은 생명과 함께 보낸 짧은 행복은, 모든 과거의 고통을 증폭시키는 거대한 메아리가 되어 나를 덮쳤다. 이 모습은, 나의 무능함으로 인해 또 다른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뼈아픈 자책과 슬픔으로 뒤섞여, 나의 어린 시절, 엄마를 잃었던 그 절망적인 밤과 겹쳐졌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으리라. '고작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그렇게 유난을 떤단 말이야? 겨우 동물일 뿐이잖아. 그게 그렇게 큰 비극이라고 할 수 있어?' 그들의 무심한 말들은 나의 상처를 더욱 깊게 할 뿐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그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다. 그는 나의 생명과도 같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나를 구원해준 나의 작은 빛이었고, 내가 홀로 버려졌다고 느꼈을 때 유일하게 나의 손을 잡아준 가족이었으며,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다시금 '삶'의 의미를 가르쳐 준 첫 번째 지지대였다. 그를 잃은 것은, 나의 모든 것을 잃은 것과 다름없었다.
그의 죽음은 나를 산산조각 냈다. 그토록 힘들게 이어 붙였던 나의 마음은, 마치 허약한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버렸다. 나는 끊임없이 울었다. 흐느끼고, 절규하고, 분노했다. 밤낮으로 이어진 불면의 나날들 속에서 나는 마치 망각의 강물에 몸을 던진 것처럼 무기력해졌다. 여섯 달이라는 시간이, 마치 소리도, 냄새도, 심지어 생명조차 없는 텅 빈 우주 공간 속에서 표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의 모든 감각은 마비되었고, 오직 과거의 아픈 기억만이 나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나는 또다시, 세상에 홀로 남겨진 나약하고 무기력한 작은 아이가 된 듯한 절망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나는 흐릿한 거울 속 나의 텅 빈 눈을 응시했다. 그리고 냉엄한 진실을 스스로에게 똑똑히 고했다. 나의 목소리는 침묵을 찢고 작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이쯤에서 멈출 수는 없어. 멈춰서는 안 돼. 너는 여기서 끝날 운명이 아니야."
나는 잃어버린 과거의 시간을 되돌렸다. 그가 아직 너무도 작고 여렸던 시절, 내 품에 안겨 마치 이 세상의 모든 믿음을 오직 나에게만 맡긴 채 올려다보던 그 순수하고 애틋한 눈빛을 떠올렸다. 그 찰나의 기억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만약 내가 여기서 멈춘다면, 나의 삶을 포기한다면, 그것은 나를 향한 그의 조건 없는 믿음과 순수한 사랑을 배신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내가 살아남아 그에게서 받은 사랑을 세상에 돌려주는 것이, 내가 그에게 바칠 수 있는 유일한 추모이자 보답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산산조각 났던 나를 다시금 주워 담기로 결심한 것은. 나는 흐릿해진 눈물을 닦고, 굳은 결의로 펜을 다시 잡았다. 침묵에 갇혀 있던 이야기들이 다시금 내 안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고, 세상과 마주하며 다시 삶 속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침내, 나는 평생 동안 감히 꿈조차 꾸지 못했던 위대한 도전을 감행했다. 낡은 상처와 기억을 짊어진 채, 비행기 티켓 한 장을 들고 미지의 대륙을 향해 날아간 것이다.
나의 여행은 단순히 관광지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타인에게 나의 성공을 과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고대 영웅들의 탐험처럼, 나의 영혼 깊은 곳에 숨겨진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거대한 모험이었다. 세상의 경이로움 속에서 나의 잃어버린 감각들을 일깨우고, 광활한 세계의 품 속에서 나 자신의 희미해진 반영을 찾아 헤매는, 그런 처절하고도 아름다운 여정이었다.
낯선 도시의 복잡한 골목길을 걷고,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와의 짧은 대화 속에서 나는 알 수 없는 강한 에너지를 얻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풍경들, 거리의 소음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나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힘의 조각들을 다시금 일깨웠다. 나는 행복을 찾아 헤매는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내 안에 존재하는 행복의 본질을 깨닫고 있었다. 마치 잃어버린 나 자신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매 순간 벅찬 감동을 느꼈다.
나는 끊임없이 글을 썼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새로운 이야기들이 스쳐 지나갔고, 나는 그 모든 것들을 나의 글로 기록했다. 잊혀진 역사 속의 인물들,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눈빛 속에서, 나는 나의 상처와 닮은 영혼의 파동을 발견했다. 나는 이제 생존을 위한 삶이 아닌, 온전히 나 자신으로 숨 쉬기 위한 삶을 살고 있었다.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이 세상의 모든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의 모든 감각을 깨웠다. 그것은 삶을 사랑하고, 감사하며, 즐기는 법을 다시 배우는 숭고한 과정이었다.
그리고 나의 모든 발걸음 속에는, 언제나 그 작은 생명에 대한 기억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를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끌어내어, 세상의 빛을 다시금 볼 수 있게 해준 나의 작은 고양이. 그는 나의 영원한 길잡이이자, 나의 모든 글 속에 영원히 살아 숨 쉬는, 불멸의 존재가 되어 주었다. 그의 사랑은 나의 영혼 깊숙이 새겨진 채, 영원히 꺼지지 않을 등불처럼 나를 비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