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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가 빛나는 밤에

by 유호현 작가

우주의 세포는 별이다. 인간은 그 세포를 보기 위해 허블, 제임스 웹 같은 망원경을 만들었다.

인간을 이루는 것도 세포다. 보려면 현미경이 필요하다.

돈 역시 마찬가지다. 1달러든 138억 달러든, 결국 1센트가 세포다. 그건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수치로 혹은 동전으로.

1초도 세포라 할 수 있을까? 시계 하나만 있으면 귀로도 들을 수 있다. 째깍째깍. 그 작은 단위가 모여 우리의 인생을 짓는다.


지난주 월요일, 허리 치료 때문에 연차를 냈다. 아내를 출근시켜 주기 위해 운전 중이었는데, 아침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우릴 아껴주던 지인이었다.


"호현아! 내년 11월에 1주일 시간 낼 수 있니?"


아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아들과 같이 가는데 왜 나한테? 뭘 도와드려야 하나?

의아한 마음이 스쳤다. 하지만 그 아들이 다름 아닌 나라는 걸 알았다.

여행 경비는 본인이 감당할 테니, 우리 부부는 시간만 내어달라는 부탁. 며칠 전 힘든 일을 겪어 지쳐 있던 아내가 옆에서 훌쩍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마음을 뒤흔든 건 '아들'이라고 불러준 그 한 마디였다.

하지만 회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연차는 정해져 있고, 내년 중요한 일정을 위해 미리 계획해 둔 날들이 있어 1주일은 도저히 무리였다. 갈 수 없는 상황임을 알려드렸으나 며칠 더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결국 조정이 어려울 것 같아 사흘 뒤 전화를 드렸다. 그러면서 '아들'이란 단어가 우리를 얼마나 행복하게 했는지를 상세히 말씀드렸다. 그러자 우리가 코로나 시기에 자신을 격려해 주었던 이야기를 해주셨다.

"참 잘했다! 너희들 열심히 살았잖아."

가슴이 뭉클해지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고마움을 어찌 갚아야 할까? 아니 갚을 수 있는

것인가?


고작 5분의 대화였지만, 그 시간은 내 생애에서 별처럼 빛날 것이다.

바쁜 일에 치이다 보면, 세포 같은 순간을 들여다보기 위해 망원경이나 현미경이 필요할 때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행복은 맨눈으로 바라보고 싶다.

행복은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별처럼 반짝이는 세포 같은 순간 속에 있다. 나는 그걸 그림 액자에 걸어 오래도록 바라볼 것이다.

그림의 이름은 고흐처럼 짓자.

[세포가 빛나는 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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