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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 마운틴

by 유호현 작가

우주 용골자리(카리나) 성운에는 '미스틱 마운틴‘이라는 거대한 기둥이 있다. 별들의 요람이라 불리는 곳. 별들이 태어나는 곳. 그 크기는 무려 30조 킬로미터에 이른다.

Image Credit: NASA, ESA, M. Livio and the Hubble 20th Anniversary Team (STScI).


며칠 전, 아내와 걷다가 하늘에 솟은 구름 기둥을 보았다. 난 그 모습이 꼭 미스틱 마운틴 같았다.

옆에 있던 아이들도 "프사로 써야지!" 하며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사진으로는 도저히 담을 수 없는 웅장함이 있었다. 내일도 보고 싶지만, 저 구름은 다시는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 않을 것이다.

나는 가끔 지인들에게 용골자리 미스틱 마운틴의 사진을 보여주며 그 크기를 퀴즈로 낸다. 보통 1킬로미터에서 3킬로 미터라는 대답이 많이 나온다. 최고 기록은 250킬로미터. 사실은 30조 킬로미터인데. 그 차이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사람의 꿈도 어떤 이는 작게, 어떤 이는 크게 헤아린다. 크고 작음이 중요하지 않다. 결국 그 꿈들이 지향하는 곳은 행복이기 때문이다.

나는 새벽에 한 번은 눈을 뜬다. 곧바로 일어나지 않고, 잠든 아내의 얼굴을 잠깐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는다. 6:30 알람 소리에 깨어나는 것이 오래된 루틴이다.

아내의 잠든 얼굴은 구름 같다. 매번 같은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매번 달라지고, 아침이면 사라진다. 그러나 마음에 오래 남는다. 그 평온한 호흡을 들으면 남편으로서의 책임감도 함께 깨어난다.

새근새근 숨결은 고요하지만, 가끔은 잠꼬대로 누군가를 나무라는 듯 중얼거린다.

“그러지 말라고 했지!”

그러고 있는 사람이 아마 나일 것이다. 그래도 대체로 평화롭다. 그 평화로움 속에서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기를 바란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주고 싶다는 꿈을 꾼다.

커피 원두만큼은 늘 좋은 걸 마시게 해 주겠다는 소박한 꿈. 그보다는 약간 거창한 꿈.

크고 작음을 따질 수 없는, 그러나 분명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꿈.

잠든 아내의 얼굴, 그것은 또 하나의 미스틱 마운틴이다.

별이 태어나듯 내 꿈도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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