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은 내가 주고, 생색은 걔가 낸다

왜 고생은 내가 했는데, 기억은 걔 이름으로 남는 걸까.

왜 도와준 쪽은 조용히 사라지고, 생색은 엉뚱한 사람이 내는 걸까.

왜 어떤 사람들은 남이 깔아놓은 판 위에 올라서면서도, 자기가 다 차린 잔치처럼 행동할 수 있는 걸까.


한 번쯤은 느껴봤을 거다.

아이디어는 내가 냈는데, 회의록엔 걔 이름이 올라가 있고.

자료는 내가 정리했는데, 발표에선 걔 얼굴만 환하게 비춰지고.

기획의 핵심은 내가 짰는데, 박수는 걔가 받는다.

그렇게 몇 번만 반복되면, 사람들은 진짜로 그게 다 걔가 한 일인 줄 안다.


그들의 방식은 늘 같다.

절대 먼저 나서지 않는다.

그러다 칭찬받을 타이밍에 조용히 껴든다.

판이 잘 짜였다 싶으면 슬쩍 다가와 말을 얹는다.

“아, 이건 원래 제가 좀 생각해 놨던 거랑 비슷하네요.”

그 한 줄이면 충분하다.

사람들은 그때부터 그를 주인공으로 보기 시작하니까.


뒤로라도 와서 고맙다고 해줬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말은 없다.

처음부터 도움받은 적 없다는 듯, 조용히 날 지우고

다음 날부턴 아주 자연스럽게 생색까지 챙겨 간다.


너무 이상하지 않나?

도움은 내가 줬는데, 고마움은 그 사람이 받고.

애쓴 건 나인데, 기억에 남는 건 그 사람 얼굴이다.

그래, 세상은 때로 그런 사람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할 수 없지. 내가 더 완벽해지는 수밖에.


…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남의 공을 훔치지 않아.

좀 더 크게 생각해.

물건을 훔쳐야만 도둑질인 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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