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1순위가 아니어도, 괜찮아

by 세련된미식가 세미

어릴 적부터 이상한 순간들이 있었다.

같은 숙제를 해도, 선생님의 반응은 달랐다.

내 옆자리 친구가 하면 “정말 잘했어!”

내가 하면 “음, 잘했네.”

분명 같은 결과였는데, 반응은 똑같지 않았다.


그때는 몰랐다.

뭔가 내가 부족해서 그런 줄만 알았다.

내가 덜 활발해서? 웃음이 적어서? 말이 없어서?

그 질문은 어린 나를 꽤 오래 따라다녔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른이 되어서도 그 질문은 버릇처럼 고개를 들었다.


내가 말을 해도 반응 없던 사람들,

비슷한 말을 다른 사람이 하면 웃던 분위기.

그럴 때마다 나를 의심했다.

내가 재미없었나?

말투가 어색했나?

옷차림이 촌스러웠나?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그건 그냥, 그들의 기준일 뿐이었구나’

그 깨달음은 아주 조용히 찾아왔다.


그들은 단지,

더 끌리는 사람에게 반응하고,

더 마음 가는 쪽으로 관심을 기울였을 뿐이다.

내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선택과 취향이 내 쪽을 향하지 않았던 것.

그뿐이었다.


돌아보면 나도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관심 가는 사람이 있고,

굳이 마음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건 선호의 문제지, 누군가가 잘못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그 단순한 진실을 너무 늦게 알았다.

오랫동안 나는,

그들에게 ‘선택받지 않음’을 나의 실패로 오해하며 살았다.


지금은 그 질문에 더 이상 머물지 않는다.

나를 기꺼이 아껴주는 사람은 따로 있고,

굳이 맞추지 않아도 괜찮은 관계가 더 편하다.

내가 애써야 겨우 유지되는 관계라면,

그건 내가 설 자리가 아니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누구의 1순위가 아니어도,

어떤 자리에선 배경처럼 밀려나도,

그게 곧 나의 부족함은 아니다.


내가 네 1순위가 아니어도 돼.

어차피 너도, 내겐 1순위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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