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에서 f로의 전향

불혹의 사춘기 08 <위로가 필요해.>

by 딱따구루이


안녕하세요. 루이입니다.


이번 글에서 언급하는 T와 F는 MBTI(성격 유형 검사 도구)에서 사고(Thinking)-감정(Feeling)에 대한 내용으로 의사 결정 방식을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T유형은 의사 결정을 할 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좋아하여 사실을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감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F유형은 의사 결정을 할 때 주관적인 판단과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여 이성적인 면 보다 감정적인 면을 더 중요시하고, 감정적이고 정서적인 판단을 좋아합니다. 인간관계를 중시하여 상대방의 감정을 배려하고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37년 동안 대문자T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공감과 위로가 어려워 인간관계가 어렵더군요. 물론 지금도 제일 어려운 부분이 인간관계입니다. 친구들의 걱정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내용에 몰두해 많은 인연들을 놓치고 흘려보냈습니다. 시절 인연을 아쉬워하고 틀어진 관계에 대해 밤새 생각하고 걱정하느라 잠 못 이루는 밤을 많이도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37년 만에 어떤 자각 하나를 하게 됩니다.


'나에게 위로가 필요한 순간, 위로받지 못한 삶을 살아왔구나.'


엄마의 상냥함과 친절함을 동경해 말의 내용을 들여다보지 못했습니다. 상냥하게 문제 해결 방법을 제시해 왔던 화법을 위로라고 생각해 왔던 지난날들. 문득, 그건 위로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진정한 내편이 절실히도 필요했던 때에도 현실적으로 상황을 봐야 한다며 친절하고 상냥하게 문제를 해결할 방법들을 말씀해 주셨던 엄마. 믿고 의지했던 사람의 정서적 배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마음속, 엄마의 나무가 부러졌습니다.


물론 자식이 잘되길 바라고 걱정하는 엄마의 커다란 사랑에서 나온 말들이었다는 걸 압니다.(자식을 키워보니 알겠더라고요. 하하.) 하지만 그런 말들보다 저에게는 감정적 위로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워킹맘이셨던 엄마는 아마도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T화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아》에서는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그들도 처음부터 '극T'는 아니었을 것이다.
서로를 감시하고 비판하고 평가하는 환경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감성보다는 이성을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이해보다는 절차를.
우리는 'T화'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들 중 대다수는 조금만 건드리면 바보같이 우는 'F'들이다.



근무하던 곳에서 겪은 무례한 극T성 발언들은 의원면직을 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유산을 하고 휴가 중인 사람에게 전화해 안부를 먼저 묻는 게 아닌 처리해야 하는 일에 대한 내용을 묻는 일이라든가(친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의 배려와 예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병가를 쓰려는 사람에게 지금은 바쁜 시기이니 조금만 참았다가 쓰라는 말을 한다든가(꿀 빨려고 병가 쓰는 줄 아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등 입니다.


처음 발령받은 학교에서 만난 한 선생님은 저와 나이가 같아 금방 친해졌고 마음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사회생활하며 만난 첫 친구였습니다. 어느 해인가 그 친구가 극심한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적이 있습니다. 요즘 같아선 그 친구가 나쁜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도를 넘는 사건이었습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들 그 친구를 위해 많은 대안책을 제시해 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방법들을 알려줬습니다. 저 또한 증거를 수집하고 여러 가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었죠. 그런데 그 친구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겁니다.


"나는 잘못한 게 없잖아. 근데 잘못한 게 없다는 걸 증명하라는 게 난 이해가 안 돼. 이런 분위기가 나를 잘못한 사람으로 몰고 가는 것 같아."


"난 사실 그런 해결책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아. 특히 나의 친구인 너에게만큼은."


아차, 싶었습니다. T인 저에게 위로와 공감은 어려운 부분이었습니다. 아마도 그 친구는 저에게서


'너 되게 힘들겠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전화해. 어떤 일이 있어도 난 네 편이야. 난 널 믿어.'


라는 말을 듣고 싶었을 거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공감과 위로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해주는 위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랄까요. 아이를 키우면서도 많은 것들을 배웁니다. 특히 아이의 감정에 많이 공감해 줘야겠다고 반성하는 요즘입니다. 근데 생각처럼 쉽지 않네요. 흑흑.


T유형의 판단은 AI가 더 잘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AI에게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데이터들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하여 많이 활용하고 있죠. 사람과 사람 간의 위로와 공감, 따뜻한 손길, 다정한 시선, 가벼운 토닥임, 작은 포옹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지 않을까요? 부드러운 피부와 따뜻함을 느낄 정도의 온도값을 설정하고 그윽한 눈빛의 눈동자를 만들어 장착하고 사람이 위로받고 싶어 하는 상황과 듣고 싶은 위로의 말들, 사람의 감정에 대해 아주 많이 학습한 AI를 탑재한 로봇이 나온다면, 사람의 정서적 공감도 대체 가능한 시대가 올까요? 적어도 지금은,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기 갱년기가 온 건지, 의원면직 후 마음의 변화로 조울증을 겪고 있는 건지, 울고 웃고 하는 날들이 많아졌습니다. 물론 감정의 기복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화도 좀 나고요. 하하.

그래도 조금의 틈도 없이 타이트했던 마음이 이제는 여유가 생긴 덕분인지 저의 감정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나의 마음을 알아주세요. 나의 슬픔을 슬픈 눈으로 바라봐주세요. 나의 기쁨을 환한 미소와 함께 환호해 주세요.'

대문자T에서 소문자f로의 전향입니다.


끝으로,

이번 글이 벌써 브런치북 8번째 글입니다. 본래 계획은 10편의 글을 발행하는 거였는데요, 10편의 글을 쓰고 마무리하는 게 좋을지 조금 더 연재하는 게 좋을지 독자님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다음 연재 때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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