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의 사춘기 05 <교사라는 직업의 무게>
안녕하세요 루이입니다.
오늘은 조금 무거운 마음입니다.
마침 어제가 스승의 날이었죠?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저의 생각을 적어보려 합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제 마음처럼 비가 부슬부슬 오고 있네요.
위 그림은 마지막으로 본 제 자리입니다. 하하.
교사라는 직업이 갖는 무거움이 저에게는 좀 버거웠나 봅니다.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대치는 높고, 교권은 점점 붕괴되어 가고, 스승으로서의 많은 자질을 바라고,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저를 침잠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SNS에서 교사라는 걸 드러내는 순간 물어뜯기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에 직업이 교사라는 것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사회에서, 관리자에게, 학생에게, 학부모에게, 심지어는 동료교사에게도 물어 뜯기는 현실입니다.
근데 뭐! 이제 저는 교사가 아니니까! 물어뜯지 말아 주세요. 하하.
책임감이 높은 편이라(심리상담검사 결과에 그렇게 나왔습니다) 책임감 있게 직장을 다녔을 뿐 열정을 가지고 다녔던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그런 자세가 아이들에게는 열정 있어 보였는지 매년 1년에 한 명 정도의 학생들이 저의 마니아가 되어 오랫동안 저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더군요. 누군가는 그런 것들에 보람을 느껴 교사라는 직업을 유지하는데 큰 힘이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되려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성심을 다해 학생들을 대했던 게 아닌데 감사하다고 하니 양심에 찔리는 겁니다.
'응? 나 해준 거 없는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요. 예전에 한 제자가 졸업 후 찾아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자신을 인간적으로 대해줘서 좋았다고요. 그 말에 저는 자부심을 느끼기보단 이런 생각이 먼저 떠오릅니다.
'학생도 인간인데 인간적으로 대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학생들이 의무교육 기간 동안 만나게 되는 교사들 중 나라는 사람은 그저 스쳐 지나가는 사람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에게 인격적 감화를 줄수도 있다는 사실이 큰 부담으로 느껴졌습니다. 참고로 저는 인격적 감화를 받아보지 못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은 부담과 책임감의 연속이더군요. 슬프게도, 교사라는 직업을 유지하면서 보람차고 큰 만족감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니 그만두길 잘했다고 해주세요. 학교에는 저 같은 사람 말고 참 교사가 필요합니다.
지난 연재 때 몇 명의 제자에게 연락이 올까의 정답은 바로바로 2명입니다! (인생 잘살았는데?)
제자가 그러더군요, 이제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이니 맥주 한잔 하자고요. 하하.
뭔가 준비를 한 게 있으니 그만뒀겠지? 믿을 구석이 있으니 그만뒀겠지?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 대책 없이 그만뒀습니다. 그럼 이제 그만뒀으니 뭘 해 먹고살아야 할까요? 그림책으로는 수입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독과 라이킷 꼭 부탁드릴게요! 하하하하
처음 그만두겠다고 선언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미쳤냐, 지금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아느냐, 배부른 소리 하지 말고 감사합니다 하고 다녀라,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직장이 그리워질 거다, 후회 안 할 자신 있느냐, 너무 아까운데 그냥 다녀라, 네가 아직도 젊은 줄 아느냐, 등등등.
퇴사를 지지해 주는 이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아마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꺼내본 적 있는 교사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더 고민하고 현실과 타협하고 그만두기를 포기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다시 출근을 하게 되겠죠.
실제로 의원면직하는 중등 교사는 거의 없습니다. 2024년 기준으로 전국에 중학교 교사가 114,780명, 고등학교 교사가 129,436명, 합쳐서 중등 교사가 244,216명인데, 363명의 중등 교사들이 의원면직 했습니다.
퍼센트로 치면 0.149% 의 교사가 의원면직했습니다. 제가 0.149%에 속하게 되었다니! 살면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을 의원면직 하면서 해봤네요. 하하.
교육부 블로그 참고 https://blog.naver.com/moeblog/223564984531
기사 참고 https://www.news1.kr/society/education/5706498
최근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하는 교사 10명 중 6명", "교사의 이탈률이 높아지고 있다." "교사 힘들잖아요, 월급도 적고, 교대 인기 뚝."등의 기사들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서이초 일도 있어서 경력 5년 미만의 저경력 초등 교사들이 이직이나 사직을 많이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연차가 쌓이면 그만두기가 더욱 힘들어집니다. 이제 겨우 받을 만한 월급을 받게 되었고 경력이 쌓인 만큼 일이 능숙해져 업무가 수월해지기 때문입니다. 교사는 항상 코너에 몰려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번 발을 들이면 그만두기가 매우 힘듭니다. 교사를 그만두고 사회에 나왔을 때 교사라는 경력을 써먹을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이유일 것 같습니다. 남는 게 없다랄까요. 임용고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취업을 준비하기 위한 스펙은 여러 개의 자격증과 각종 시험 점수로 남게 되지만 임용고시는 그런 게 없습니다. 임용고시는 합격, 아니면 실패 시 아무것도 남지 않는 무의 상태가 됩니다. 그러니 방학과 공무원이라는 조건만 보고 교사가 되려 하신다면 얼른 발을 빼시길 추천드립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무엇이 필요합니다.
교사는 육아하는 엄마에게 최고의 직업이다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습니다. 공무원이다 보니 아이 한 명당 육아 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습니다. 휴직 후 복직해도 잘릴 걱정이 없습니다. 가장 좋은 부분은 방학이겠죠? 방학이 있어 좋다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교사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이 확고해지고 미치기 일보 직전에 찾아오는 게 방학이다."
학기 중 연가는 특별한 사유가 아니고서는 쓸 수 없습니다. 근무할 때 교감선생님께 울면서 조퇴 쓰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시는 분들 여럿 봤습니다. 방학 때 연가를 몰아서 쓰고 극성수기에 여행을 갑니다. 교사에게 비수기에 저렴한 여행이란 없습니다.
내 아이에게 특별한 날인 입학식, 졸업식, 각종 학교 행사 등을 교사는 참석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입학식, 졸업식, 각종 학교 행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퇴근을 빨리 해서 좋지 않느냐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퇴근이 빨라서 좋지요. 하지만 그만큼 출근을 빨리하고 점심시간이 없습니다. 교사들은 점심시간도 근무 시간이거든요.
밥 빨리 먹는 직업병 생깁니다. 교사라는 직업을 방학 있고 퇴근 빨리하는 꿀 빠는 직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내 아이 한 명도 내 말을 안 듣는데, 그런 아이들이 30명이나 있는 교실의 교사는 어떨지를요.
교사라는 직업의 무게가 무거운 것은 맞지만 그것 때문에 의원면직한 것은 아닙니다. <불혹의 사춘기 01>에서 잠시 언급했듯이 조직의 풍토, 교사들과의 관계 등이 결정적이었습니다.
끝으로,
5월 15일을 맞이하여 기념으로 그림책을 출간했습니다. 짝짝짝.
책의 제목이 뭘까요?
댓글로 남겨주세요!
그럼 다음 연재 때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