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함과 신

by 심연

신이 있다고 믿는 순간, 나는 그 신 아래에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된다. 그 말은 결국, 내가 ‘아래에 있는 존재’라는 뜻이다. 그걸 인정하는 건 왠지 모르게,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늘 내 삶을 내가 책임지고 싶었다.

그 어떤 존재도 내 위에 있어선 안 된다고 믿었다.


하지만 한 구절이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너를 종이라 하지 않고 친구라 하겠다.” (요한복음 15:15)


그래도 여전히 마음속에 남는 질문은 있다.

친구라고 불러도, 신은 신 아닌가.

믿는 순간, 나는 내 인생의 일부를 넘겨주는 게 아닌가.


신이 있어서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면,

나는 더 이상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겠지.

그게 나에겐 두려웠다.


나는 고통 속에서도 내가 뚫고 가고 싶은 인간이다.

살고 싶고, 알고 싶고, 믿기보단 이해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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