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노을이다!"
아이의 눈이 커지며 통통한 손가락을 힘껏 뻗어 하늘을 가리킨다.
"오늘은 하늘이 분홍빛이네~ 우리 귀염둥이처럼 사랑스럽다."
하늘도 나의 아기천사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사랑스러운지 장밋빛을 뿜고 있다.
아침 7시면 일어나 딱 붙은 눈을 억지로 떼어내는 세안을 한다. 침대에 축 늘어져 10분만 더 자고 싶지만 아침에 부리는 10분의 여유는 지각을 낳기에 조금도 지체할 수 없다. 머리보다 손과 발이 먼저 나가 옷을 갈아입고 화장품을 바른다. 아침으로 뭐 먹을지 잠시 고민했지만 시간이 애매해 간단하게 우유와 시리얼을 꺼낸다.
7시 30분, 곤히 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기천사들의 단꿈을 빼앗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블라인드를 올리며 오늘의 햇빛을 선물한다. 따사로운 햇빛에 아이들이 눈을 뜨고 아침 인사를 건넨다. 아직도 자고 있는 아이들의 옷을 갈아입히고 세수시키며 오늘의 아침을 연다.
이제부터 전쟁이다! 8시가 되면 나는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아이들을 몰기 시작한다. "빨리 먹어. 어서 이 닦아. 이러다 늦겠다. 벌써 10분이야." 아직 한참을 더 자도 되는 아이들에게 나는 아침부터 잔소리를 쏟아붓는다.
8시 20분에 집에서 나가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데려다준다. 어김없이 오늘도 우리가 1등으로 등원했다. 친구들이 오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데도 씩씩하게 손을 흔들며 들어가는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본다. 아이들을 들여보낸 후 다시 차까지 달린다.
9시 전에 출근하기 위해 속력을 가한다. 그러다 빨간불이면 파란 하늘에 마음을 뺏긴다. 오늘은 하늘에 나랑 아이들이 둥둥 떠있다. 무얼 하나 봤더니 용맹한 사자를 타고 들판을 달린다. 끝도 없는 들판을 깔깔깔 끊이지 않는 웃음으로 물들인다. 잠시나마 내 입에 번지던 웃음도 주차하는 순간 사라진다. 주차 후 나는 시계를 보고 차에서 내려 또 달린다. 휴, 골인! 8시 58분에 가까스로 출근 카드를 찍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는 다시 엄마로 출근하기 위해 퇴근한다. 나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생각하며 또 전속력으로 달려간다. 신호가 자주 걸릴수록 목 빼고 나만 기다릴 아이들의 얼굴이 떠올라 마음이 타들어간다. 휴.. 이번 신호만 지나면 어린이집이다! 주차 후 부리나케 뛰어가니 오늘도 신발 세 켤레만이 나를 기다린다. 다른 아이들은 4시면 다 가는데 우리 아이들은 6시 반까지 어린이집을 지킨다. 매일 나 때문에 당직서는 선생님과 엄마만 기다리는 아이들한테 미안해 코끝이 찡하다.
아침부터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어김없이 하늘이 나를 품어준다. 오늘도 잘 살았다고 다독여주는 노을빛이 나는 참 좋다. 어떤 날은 보라색 얼굴로 나의 화를 누그러트리고, 어떤 날은 분홍색 얼굴로 사랑을 전한다. 빨간 하늘을 보면 하늘이 화났나 싶기도 하고, 노란 하늘을 보면 세상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노을은 이렇게 매일 다른 색으로 나를 안아준다. 노을을 보고 있노라면 얼기설기 얽힌 내 삶의 매듭이 조금씩 풀리는 것 같아 평안하다. 노을에 취하는 나를 보며 아이들은 오늘도 외친다.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노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