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 반. 익숙한 노래가 뇌를 깨운다. 눈은 여전히 자고 있는데 몸이 먼저 벌떡 일어나 더듬더듬 화장실을 향한다. 얼음장같이 찬물을 얼굴에 끼얹으니 머리카락까지 얼얼하다. 화장품이 빨리 흡수되라고 마구 두드린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피부 위 화장품들끼리 찐득찐득 뒤엉켰다. 수습해 보지만 통근버스를 놓치면 1시간 넘게 대중교통으로 가야 하니 포기다. 시계를 보니 벌써 6시. 양말을 신고, 가방을 메고, 핸드폰을 챙긴 후 달린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집밖에서 기다리던 동장군이 달려와 세게 안아준다. 너무 환대를 받은 나머지 코와 입은 차가운 공기에 적응을 못해 잠시 숨이 멎는다. 따뜻한 집에서 나와 차가운 공기와 어색한 인사를 나누면 마침내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 익숙해지고 숨이 골라진다.
새벽 6시 10분. 너무 추워서 콧물이 흐르는데 오늘따라 통근버스가 안 온다. 훌쩍훌쩍 코를 마시니 머리까지 띵하다. 이런 날씨에는 모자달린 코트가 필수인데 코디 실패다. 그래도 귀마개는 하고 나와서 다행이다. 째깍째깍 시계를 보니 벌써 도착 시간이 5분이나 지났다. 오늘은 일찍 왔다 간 걸까? 버스를 계속 기다려야 할지 말지 가슴이 타들어간다.
집을 나온지 10분이 지나자 나는 고드름이 되었다. 아주 차갑게 그 자리에 꽁꽁 얼어 붙어서 한곳만 응시한다. 오늘 버스가 오기는 할까? 매서운 추위의 지칠 줄 모르는 공격에 팔짱끼고 제자리에서 뛰어본다. 날카로운 추위는 내 볼을 때리더니 마침내 코까지 얼려버렸다. 루돌프처럼 빨개진 코를 손으로 감싸 녹여보지만 손이 더 시려워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찬 공기에 마치 각막이 찢기는 듯하여 눈을 감았다 떴다를 반복하는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물이 뺨을 따뜻하게 데우기도 잠시 차게 식어버린다. 한치의 위로도 허락하지 않는 냉혹한 사회같다.
오늘 휴가를 낼지 버스를 타러 갈지 고민하는 사이에 멀리서 희미한 불빛이 다가온다. 오늘따라 멀리서 달려오는 진분홍 버스가 더욱 반갑다. 히터를 빵빵하게 튼 버스에는 더운 공기가 가득하다. 평소에는 건조해서 답답하던 공기가 오늘은 반가워서 다시 눈물이 난다. 경칩에 깨어나는 개구리가 이런 기분일까? 방금 전까지 추워서 덜덜 떨었는데 따뜻하고 아늑한 버스 의자 품에 푹 파여 앉으니 행복이 나를 감싼다. 이대로 회사에 도착할 때까지 한숨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