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은 우리 사이를

<너의 이름은>

by 머묾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은 우리 사이를

<너의 이름은> ★★★★★

"널 알고 있었어,

내가 내 이름을 외우기 아주 오래전부터."



이름은 사라진다.

하지만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서로의 이름을 말하던 순간

그 짧은 인연,

그 단 한순간이

기억이 아닌 감정을 통해 오래 남았던 걸까.



이토록 '기억지 못한 이름' 이라는 테마 하나로

'너의 이름은' 은 2017년,

일본을 넘어 세계 곳곳에서 상영되었고

전 세계가 이유도 모른 채, 그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했다.

기억은 사라질 수 있지만,

감정은 남았기 때문이다.



타키는 그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미츠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두 사람은 멈추지 않았고

서로를 기억하지 못해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았다.





그 감정의 이름을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그리움일까. 운명일까. 잊고 싶지 않았던 착각이었을까.

혹은 아직 끝나지 않은,

이런 질문 하나였을까.



“너의 이름은…”



우리가 염원하던 그들의 재회의 순간이 왔지만

말끝을 잇지 못한 채,

조금은 떨리는 눈동자로 서로를 바라보는 마지막 장면.

그 말, 그 한마디는

영화 전체의 질문이었고,

또한 나 자신을 향한 질문이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마지막에 타키와 미츠하가 서로를 잊지 않고

사건이 해결된 직후에 재회하는 엔딩이었다면,

‘너의 이름은’ 이라는 이 영화는

과연 지금 같은 명작으로 남아있었을까.



'너의 이름은'이 방영되고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엔딩에 대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후유증을 가득 머금은 엔딩은

과연 '너의 이름은'에 가장 어울리는 엔딩이었을.

영화 내내 서로를 찾아다녔지만,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바로 재회했다면

관객들은 후련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갔을 것이다.



허나 감독의 엔딩에 대한 선택은

타키와 미츠하가 겪은 일을

관객들도 후유증으로서 느끼며,

영화관을 나가서도 이 영화의 감정을

오랜 시간 잊지 않았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에서부터 시작된 의도 중 하나인 것이다.



영화에서 타키와 미츠하가 이유를 모른 채 우는 장면은,

영화의 정체성이자 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장면이자,

눈물의 이유로는 서로를 망각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저항이었을까.



기억이 사라져도,

너를 찾으려는 이 마음 하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그대는,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누군가를

잊지 못한 적이 있었는가?



그 감정이 머문 자리에,

오늘도 나는 너를 찾아.



"널 알고 있었어,

내가 내 이름을 외우기 아주 오래전부터."




“너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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