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긴 하나 진실은 아닌 우리

<싱글 인 서울>

by 머묾

사실이긴 하나 진실은 아닌 우리 <싱글 인 서울>

★★★☆☆

‘같은 연애란 게 있을 수 있을까.’



<싱글 인 서울> 속 대사,

‘같은 연애란 있을 수 없다’ 에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으로

옛사랑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었다.

나에게도 결국 같은 연애란 없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어쩌면 사랑이라는 폭넓은 주제 속,

누구나 공감하기는 힘든

섬세한 소재를 다루었다고 본다.



주인공은 출판사 편집장인 ‘주현진’과

유명 대입 논술 강사이자 작가인 ‘박영호’이다.



학생의 질문에도 퇴근시간이라고,

회식 권유에도 선약이 있다며 피하고선

개인의 시간을 즐기는 박영호는

‘싱글 인 서울’ 도서의 공백을 메울 작가로

출판사의 눈에 들어 뽑히게 된다.



편집부의 설득에 책을 쓰기로 한 영호는,

자신이 작가의 대체자인 것에 싫은 척하지만

단어 선택 하나로 편집자와 대립할 만큼

작가로서 진실되면서도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 내 자린데”



과거 대학생 시절의 영호는

호텔 알바를 하며 그의 첫사랑이 될

‘홍미나’와 만났다.



동료로서 일을 같이하다 보니

어느새 사랑의 싹이 트게 되었고,

첫사랑을 잊고 싶을 만큼

영호의 가슴 깊이 상처이자 추억으로 남았다.



우리 모두는 기억을 안고 있다.

혼자임으로써 비로소

자신이 보이는 줄 알았던 영호는

자신조차도 모르던 사실과 진실에

맞닥뜨리는 순간, 홀란을 겪었다.

그리고 아마 나였어도 그랬을 것이다.





“결과도 모르는 출판일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출판 일에 대한

영호의 진실된 질문에 현진은

사람들에게 을 쓸 힘을 주고 싶다며

진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 대사가 이 영화에서의 이란,

사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보게 하였다.



우리는 우리 앞의 사랑의 결과를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결과를 모르는 일에

몸을 던지며 모험을 한다.


그렇기에 간혹,

너무 멀리 바라보아 생기는 문제들이 있기도 하다.

현진도 그런 사람이었다.

상대방의 행동을 과해석하여

번번이 사랑에 실패를 겪는다.


이 부분을 감독이 전달하기 위해 책과 사랑을 동일시하였고,

결과도 모르는 일을 하며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하던

현진의 성격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랑 딱 맞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일까?’



영호는 혼자 살 현진의 이사를 도우며

혼자 사는 것을 즐기는 자신인 만큼,

현진의 독립을 친절하게도 도와준다.


현진의 트라우마로부터 도와주기도 하는 등,

평소 친절함과는 거리가 멀던

영호의 남을 챙길 줄 아는 숨은 매력에

현진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게 되었다.



그럼에도 영호가 현진을 사랑할 계기가 뚜렷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둘 사이의 사랑의 개연성 부족이 어쩌면

단점일지 몰라도,

둘 사이의 러브스토리가 영화의 메인이 아니라는 것을

내포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오점일 수 있는 부분이

적어도 내겐 이 영화의 특별한 점으로 와주었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첫사랑의 우연한 스토리로 홍보효과를 노리던

출판사 사장의 계획과는 달리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그들만의 러브스토리가 아닌,

영호의 혼자 사는 삶에 감명을 받은 독자였다.



‘같은 연애란 게 있을 수 있을까.’



박영호와 홍미나는 우연한 운명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박영호는 자신이 알고 있던 쓰라린 사랑을 한 자신

홍미나가 기억하고 있는 너무나 어렸던 영호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출판사 사장의 계획을 알게 된 영호는

화가 나게 되었지만 현진의 진심 어린 설득에

액자 뒤, 벽장 속 감춰뒀던 자신의 책장을 열게 된다.



책장 속 자신이 착각하고 있던

과거의 진실을 마주하며

같은 사랑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을, 과거를 받아들인 영호는

출판을 결심하게 된다.



“글은 사랑의 흔적과 같다.

당신은 과거 자신의 글을 보았을 때

부끄러운 적이 있나”



영화 속 한 작가의 질문에

영호는 부끄러웠던 과거의 자신을 보았고.

과거의 미성숙했던 자신을 받아들이며

작가로서도, 박영호라는 한 사람으로서도

한층 성장하게 된다.



“너 많이 변했다?

꼭 서울 같아. “



그리고 그 사이 많이 변한 영호는,

오랜만에 귀국했던 홍미나에겐 마치

‘오랜만에 온 서울’ 같은

많이 바뀌었어도, 그리운 구석은 남아있는

그런 옛사랑으로 남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영화는 질문을 던진다.



‘그대에게, 그대 다운, 그대라는 연애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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