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 밑 아리에티>
내 심장의 일부인 너
<마루 밑 아리에티>★★★☆☆
오해를 안고 살아가는 인생에 대해
사람은 누구나 오해를 안고 살아간다.
그 오해가 진실이 아닐지라도,
때론 그 오해조차도 삶을 지탱하는 진실처럼 붙잡고 산다.
나도 그렇겠지만,
우리는 모두 자신이 믿던 세계와
다른 사실을 마주할 때
그것이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다.
<마루 밑 아리에티>는 그런 감정에서 비롯된 이야기다.
주인공 쇼우는 심장병 수술을 앞두고,
요양을 위해 외할머니 댁에 머물게 된다.
그곳에서 전해 듣기만 했던 소인(小人)의 존재와
마침내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
그렇지만 아리에티는 인간에게 들켰다는 이유로
가족과 함께 새로운 거처를 찾아 떠나려 한다.
하지만 쇼우와의 만남은
그들의 닫힌 마음에 작은 균열을 만든다.
쇼우의 가족은 오래전부터
언젠가 소인을 재회할 날을 준비해왔다.
선물도, 배려도, 관심도 그들 나름의 호의였다.
그렇지만, 끝내 소인들은
그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채,
이야기는 이별을 맞는다.
이 영화가 특별한 건,
거대한 사건도, 선악의 대비도 없이
‘이해’의 순간만으로도
충분한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쇼우는 마지막까지 아리에티를 지켜주려 했고,
그런 아리에티는 비록 다른 존재였지만
자신을 도와준 이 소년을
결국 잊지 못했을 것이다.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영화의 스토리적 요소 보다도
소인들의 삶의 환경이 아기자기하면서도
눈길을 사로잡는 시각적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시작적 요소보다도
쇼우와 아리에티가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누던 장면이
어째서인지, 내 곁을 맴돌았다.
분명 영원한 이별을 원했겠지만,
그러한 이별인데도
어딘가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 만남은 그들의 시간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쇼우는 아리에티를 만난 이후
다시 심장 수술을 받으러 떠난다.
그리고 아리에티는 가족들과
숲의 저편 어딘가로 사라진다.
아마 서로 다시 볼 수 없겠지만,
그 만남은 그들의 시간 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심장 수술 직전에 마주한 아리에티와의 인연은
평생을 함께할 쇼우의 심장의 일부로 남을 것이다.
그 작은 우연과 인연이 만든 심장의 일부는
아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장 작고도 깊게 남은 인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