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룩백’을 다시 보고

by 머묾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룩백 (LOOK BACK)>

[스포 주의]



입대를 하여 영화를 보기 위한

시간을 내기 힘들었지만,

문득, 작가 ‘후지모토 타츠키’의 단편작들이

무지 재밌다는 소문을 접하게 되었고.


그의 단편집을 보기 전에

그의 대표적인 단편작품 ‘룩 백’을 다시 한번 더 보기로 하였다.



구체적인 이유는 모르겠다.

어쩌면 힘들게 낸 시간인데 실패하기 싫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실패를 두려워한 마음에, 안전한 선택을 한 것은

룩백이 두 번 보아도 아깝지 않은 작품이라는 것을

뒷받침하는 것 같다.



그리고 지금부터

오해했던 부분과

두 번이나 봐서야 보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스포주의)





후지노와 쿄모토의 첫 만남과 마지막은

그녀들의 청춘과,

추억인 4컷 만화로 시작되고 끝난다.



후지노의 만화로 꿈을 그린 쿄모토와

그런 쿄모토 덕분에

그만두었던 만화를 다시 그리게 된 후지노는

서로가 서로의 장작이 되어주며 뜨겁게 불타올랐다.



하지만.

영원한 장작은 없듯이,

꿈같이 무한한 행복은

있을 수 없었다.


작가로서 승승장구하던 두 사람은

학교를 다니며 그림을 더욱 공부하고 싶었던

쿄모토가 학교를 다니기 위해 다른 길로 가게 되며

각자의 길을 가는 듯하였다.



쿄모토가 죽기 전 까진.





서로의 안부를 물어볼 시간도 없이

한시 바쁘게 만화가로서 살아가던 후지노는

어느 날 쿄모토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범죄자의 흉기 난동으로 인한 너무나도 안타깝고도, 이른

그녀의 소식에

후지노는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너무나 공허한 장례를 치른 후

다시 한번 찾은 그녀의 방.

그 시절의 계절들이 다시금 느껴지며,

후지노는 두려움에, 한동안 방 문을 열지 못한다.



처음 만난 그날과는 달랐다.



쿄모토가 진짜 떠난 사실을

느끼기 무서웠던 것이다.


하지만

밖에 나오기 두려워했던 쿄모토를 이끈

그때의 4컷 만화처럼


그간의 쿄모토와 해온 모든 여정 덕분에

안으로 들어가기 두려워하는 후지노를

쿄모토의 4컷 만화가

두려움과 맞설 수 있게 해 주었다.




왜 4컷 용지가 비어있었을까?



마지막에 나온 쿄모토의 4컷 만화는

사실 만화가 아니었다.

후지노가 본 것과는 다른.

우리가 화면으로 본 4컷 만화와는 다른

그저 텅 빈 4컷 종이 일뿐이었다.


이러한 점은 마지막 후지노가 자신의 책상 위 창문에

4컷 종이를 붙이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그저 4 컷만이 있는 용지.


뛰어난 작화를 보여준 룩 백이거늘,

명백히 작화팀의 실수 거나

이타 작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산 절약을 위한 의도는 아니라고 본다.



분명 의도된 것.



우리는 이러한 점에서

후반부 나온

후지노와 쿄모토의 다른 미래는

그저 판타지가 아닌 것이다.


분명 손도 빠르고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며 작가가 된 후지노지만,

어느새 슬럼프에 걸렸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들,

완성된 작가에는 아직 멀었었다.



그렇기에 더욱 뒤처지지 않으려 애써왔지만

편집부에서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의 후지노는 어시스트 없이는 위태로웠다.





그러던 중.

쿄모토의 죽음으로 큰 슬픔과

상실감을 느낀 후지노에게

그 시절 쿄모토와 자신의 모든 것이라 볼 수 있는

4컷 용지는.

또 한 번 후지노를 성장시켰다.



만화가로서 위태롭던 후지노는

빈 용지만을 보고도 이야기가 떠오를 만큼

성장했다.



아무 내용 없던, 빈 용지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쿄모토와 후지노의 빈 용지가 되었다.


극복을 배우며, 다시 본인의 일을 하러 돌아선

그녀의 뒷모습이 그간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극복이란.

인간이 배울 수 있는 모든 것 중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담은 룩백에는

어쩌면 시련과 극복이 당연하듯

필수요소일지도 모르겠다.


후지노가 쿄모토의 죽음을 이기고

극복해 냈을 때.

달리 무언갈 더 하지 않았다.

그저 다시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이처럼

극복이란 너무나 거창하고 머나먼 이야기가 아니다.

그저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 것.

그저 하던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것.

어쩌면 현대 사회의 우리들이 잊고 살아가지만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우리의 인생에도

시련이란

인생이란 아름다운 이야기를 위해선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룩 백을 본 모든 이들이,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묵묵히 어딘가의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지금도 어딘가에서 노력 중인 그대가

어떤 시련이라도 이겨내길 바라며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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