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쪽과 서쪽
어느 해 겨울.
친한 동네 일본인 형님과 한잔 하다가 나온 얘기.
이런 추운 날씨에는 앙코나베(아귀전골)가 딱인데…
그게 뭐예요라는 답변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동경에 살면서 어찌 앙코나베를 모르냐고.
그러면서 가르쳐준 한마디
히가시노앙코(東のアンコウ), 니시노후구(西の河豚)
동쪽의 아귀, 서쪽의 복어
관동과 관서, 각 지역을 대표하는 고급 생선요리라고.
복어는 한국에서도 고급요리에 속하니 이해가 가는데
아귀? 못생긴 그 생선이 고급생선?
(아귀야 미안 ㅠㅠ 개인적인 감정은 없어)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귀찜을 먹어본 기억이 있긴 있지만 고급?
아무튼 히가시노앙코를 모르면서 동경에 산다고 할 수 없다며
딱 기다려. 제대로 맛을 보여줄게.
마치 도원결의 같았던 굳은 약속.
역시 술의 힘은 마법과 같… >.<
농담이고 그 형님은 정말 많이 사주셨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시타.
그렇게 며칠 뒤 찾아간 앙코나베 전문점.
아귀요리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사시미부터 코스로 나오는 집
물론 익숙한 안키모도 나오고.
메인은 앙코나베. 한입 떠먹는 순간 아! 후구(복어)랑 맞짱 뜰만하네~
술이 몇 순배 돌고 나서 먹은 거라 객관적 평가였는지는 지금도 의문. >.<
히가시노땡땡, 니시노땡땡
일본에 살면서 일본 사람들이 이런 표현을 이따금씩 사용하는걸 들으면서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히가시노소바, 니시노우동
동경을 포함한 관동지방은 소바를 더 좋아하고
오사카를 위시한 관서는 우동을 더 많이 먹는다고.
야키토리집 가면 항상 이런 질문을 받는다.
시오(소금)? 타레(소스)?
Headache.
우리가 중국집에서 짜장면? 짬뽕? 질문을 받으면서 겪게 되는
시련과 비슷하다.
히가시노타레, 니시노시오
동쪽 사람들은 짙은 소스 맛을 좋아하고
서쪽 사람들은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슴슴하게 간을 하는 걸 좋아한다고.
내가 쓴 다른 글들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이쯤 되면 쓰읍 배동일 또 세키가하라 얘기 꺼내려고 발동 거는군 하실 듯.
살짝 엮어보고 싶은 충동이 없었던 것은 아니나… ^^
사실 동쪽, 서쪽의 음식문화에 차이가 있는 것은
토요토미와 토쿠카와의 대립과는 별 상관이 없고
각 지역의 기후, 그리고 생산되는 작물이나 잡히는 어종에 따른
결과라고 한다.
복어가 야마구치현에서 많이 잡히고, 아귀는 이바라키현이 유명.
우동의 원료인 밀은 토양이 비옥한 관서에서 잘 자라고,
상대적으로 척박한 관동은 메밀(소바 원료)이 농사에 유리했다고.
하지만, 운송과 창고 등 물류가 발달한 오늘날
더 이상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점점 식문화도 동서 비슷해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