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다.
세타가야구에 살게 된 배경.
간단하다. 선배의 조언 한마디 때문.
일본어 배워야 하잖아. 한국사람 없는 동네로 가.
세타가야는 23구 중 인구수 1위.
하지만 사는 동안 한국사람은 정말 많이 못 본 것 같다.
소심한데 가끔씩 무모한 결정을 너무 쉽게 내린다.
이사 오고 나서 외로운 나날의 연속.
특히 해가 지고 사방이 고요해지는 그 시각은.
말은 잘 안 통하지만 혼자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도 많으면
어떻게 사귀어 보겠는데 이 동네는 가족단위 세대가 주류인 주택가.
몇 주째 겉돌던 어느 깊은 밤 어두컴컴한 주택가를
희미하게 밝히는 붉은 초칭 발견. 이런데 이자카야가?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용기 내서 드르륵.
다행히 안에는 딱 두 사람. 마스터와 혼자온 손님.
그렇게 시작되었다. 동네 정착이야기.
한번, 두 번, 세 번… 횟수가 늘어날수록
점차 나를 받아들여주었고 또 주변에 소개를 시켜주었다.
주택가 이자카야에 오는 손님은 대부분 동네 주민들.
그렇게 더 이상 낯선 동네가 아니게 되었다.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던 땅거미 지는 어둠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기다림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동네 친구들을 만나러 갈 시간.
결국 사람이다.
앱으로 온라인 예약하고, 비대면 체크인, 체크아웃하는 세상
어쩌면 말 한마디 섞을 필요 없이
유튜브에서 인스타에서 봤었던 그대로 경험해 볼 수도.
하지만 뭔가 공허하다.
공허함을 넘어 아쉬운 마음이 크다.
사람과의 Contact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가져올 수 있다.
사기를 당할 수도, 싸움으로 발전할 수도.
하지만 반대로 그런 접촉을 통해서 몇 배 더 즐겁고
풍요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는 것.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고 했던가.
AI가 대두하는 오늘날, 우리에겐 ChatGPT가 있다지만
아무래도 현지를 만끽하는 데 있어서 현지인의 도움을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앞으로 일본인 친구들 덕분에 가능했었던
경험들을 몇 가지 소개해보려고 한다.
용기를 내서 현지인에게 말을 걸어보자.
팁이라면 구글맵 평점이 추천하는 맛집보다는
주택가 카운터석 몇 개밖에 없는 그런 작은 이자카야를 노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