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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의 늪 : SNS 속 남들과 나 사이

SNS를 건강하게 사용하는 법

by 읽어봐요

늦은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처럼 스마트폰을 집어 듭니다. 딱 10분만 봐야지, 했던 마음은 어느새 희미해지고 파란 불빛 속 세상을 하염없이 헤매고 있죠. 손가락을 휙휙 넘기다 보면 어김없이 마주하게 됩니다. 푸른 바다가 펼쳐진 휴양지에서 찍은 친구의 완벽한 휴가 사진,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근사한 레스토랑의 음식들, 동료의 눈부신 성과나 승진 소식, 누군가의 행복해 보이는 연애나 결혼 생활...


'좋아요'를 누르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스멀스멀 불편해지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감탄과 부러움의 감정 뒤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초라함. '나는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나', '왜 내 삶은 저렇게 반짝이지 않을까' 하는 자문 끝에 남는 건 씁쓸한 뒷맛뿐입니다. 분명 나에게도 괜찮은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빛나는 피드들 앞에서는 속절없이 작아지는 기분이 들곤 하죠. 그렇게 우리는 너무나 쉽게, 그리고 자주 '비교의 늪'에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SNS가 유독 강력한 비교의 촉매제가 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곳은 철저히 편집된 세상이니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빛나고 행복한 순간, 가장 자랑하고 싶은 모습만을 골라 전시합니다. 일상의 지루함이나 고됨, 실패의 순간들은 대부분 필터 뒤에 가려져 있죠. 우리는 타인의 '하이라이트 편집본'과 나의 '날것 그대로의 현실' 전체를 비교하며 불필요한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게다가 '좋아요' 숫자, 팔로워 수 같은 정량적인 지표들은 성공과 행복마저 서열화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한때는 멋진 곳에 가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인증샷'을 남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고, 남들의 화려한 피드를 보며 밤잠을 설치던 날도 있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스크롤을 내리며 시간을 흘려보내고 나면, 남는 건 에너지 소진과 알 수 없는 허탈감뿐이었죠. '이건 아니다' 싶으면서도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비교는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 중 하나라고들 하니까요.


하지만 비교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비교로 인해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 비교의 늪에서 허우적거리지 않고, SNS라는 도구를 좀 더 건강하게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이런 비교의 늪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완벽한 해결책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저 속수무책으로 휩쓸려 다니기보다, 제가 나름대로 허우적거리며 시도해봤던 몇 가지 방법들이 있어요. 혹시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께 작은 힌트라도 될 수 있을까 싶어 나눠봅니다.


첫째는 '알아차림'의 연습입니다.

이건 단순히 'SNS는 다 보여주기 식이야'라고 냉소적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달라요. 스크롤을 내리다가 마음이 불편해지는 순간, '아, 내가 지금 또 비교하고 있구나' 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게 먼저예요.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반짝이는 사진이나 글 뒤에 숨겨져 있을 '편집되지 않은 현실'을 잠시 상상해보는 거죠. '저 완벽해 보이는 휴가 사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을까?', '저 환한 웃음 뒤에는 어떤 고민이나 힘듦이 숨어 있을까?' 하고요.

우리가 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사실, 잘 다듬어진 하이라이트 모음집이라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상기하는 연습입니다. 이건 세상을 삐딱하게 보자는 게 아니라, 필터 없는 나의 현실과 타인의 필터링된 최상의 순간을 일대일로 비교하며 불필요하게 좌절하는 것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아주 현실적인 방어막을 치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들의 좋은 순간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되, 그것이 그들의 삶 전체는 아닐 수 있음을 아는 것만으로도 비교의 늪에 빠지는 깊이가 조금은 얕아지더라고요.


둘째는 의식적인 '거리두기'입니다.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해지거나, 괜히 기운이 쭉 빠지거나, 혹은 알 수 없는 초조함과 박탈감이 밀려온다면 그건 분명 내 마음이 보내는 중요한 신호예요. 어떤 종류의 게시물이나 어떤 사람의 이야기가 유독 나를 그런 감정의 소용돌이로 몰아넣는지 알아차리고, 잠시 '숨기기' 버튼을 누르거나 때로는 과감히 '언팔로우'를 선택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건 결코 그 사람을 미워하거나 그 삶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나의 소중한 정신적 에너지를 보호하고 건강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적극적인 선택이죠.

그리고 '그냥 심심해서', '별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습관 대신, '오늘은 어떤 친구에게 따뜻한 안부 인사를 남겨볼까?' 혹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새로운 정보를 찾아볼까?' 처럼 조금 더 의식적인 목표를 가지고 SNS를 활용하는 연습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정해진 시간만큼만 사용하거나, 침실에는 아예 스마트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 등의 물리적인 거리두기도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연결되지 않을 시간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알아차림과 거리두기의 노력들도 결국 근본적인 변화 없이는 임시방편에 그치기 쉬웠어요. 그래서 가장 중요했던 건, 어쩌면 가장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렸던 건, 바로 '나만의 기준'을 단단하게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세상이, 혹은 SNS 속 수많은 타인들이 그럴듯하게 포장해서 보여주는 '성공'이나 '행복'의 천편일률적인 모습에 더 이상 내 삶을 끼워 맞추려 애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거죠.


'좋아요' 몇 개, 팔로워 몇 명 같은 외적인 숫자들이나 타인의 피상적인 인정이 아니라, 내 깊은 안쪽에서 울리는 목소리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연습이 절실했어요. '나는 무엇을 할 때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몰입하고 즐겁지?', '돈이나 명예, 사회적 지위 말고, 내 삶에서 진정으로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가치는 뭘까?', '10년 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때, 스스로에게 '참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와 같은 본질적인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꾸준한 과정이었죠. 쉽지는 않았지만, 이 과정을 통해 조금씩 내 삶의 방향키를 내 손으로 직접 쥐게 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나만의 기준이 조금씩 선명해지니, 남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지더군요. 누군가 멋진 해외여행 사진을 올릴 때, 진심으로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동시에 주말 아침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동네 공원을 천천히 걷는 나의 소박한 시간 역시 그에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되는 거예요. 누군가 반짝이는 명품 가방을 자랑할 때 부러운 마음이 살짝 들더라도, 나는 몇 달을 벼르다 산 두툼한 소설책 한 권을 품에 안고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는 순간이 주는 충만함이 더 크다는 걸 깨닫는 거죠. 화려한 파티나 정신없는 네트워킹 모임에 초대받지 못해도, 그 시간에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조촐하지만 따뜻한 저녁 식사를 나누는 것이 나에게는 더 큰 의미와 안정감을 준다는 것을요.


중요한 건 그렇게 세상의 다양한 모습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만의 소중한 가치와 기준점을 뚜렷하게 세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 위에서,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 내가 하루하루 소소하게 이뤄내고 있는 작은 성취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었어요. 남들이 정해놓은 번쩍이는 결승선이 아니라, 내가 직접 그린 나만의 트랙 위를 한 걸음씩 걷고 있다는 감각. 그것이야말로 끊임없이 나를 끌어당기던 비교의 늪에서 나를 건져 올린 가장 단단하고 믿음직한 동아줄이었습니다. 물론 이 기준은 한번 세웠다고 해서 영원히 고정되는 건 아닐 거예요. 살아가면서 경험하고 배우는 것들에 따라 계속해서 다듬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테지요. 그 변화마저도 오롯이 나의 것이라는 사실이 중요할 뿐입니다.


남들이 멋진 해외여행 사진을 올릴 때, 나는 주말 아침 집 근처 공원의 조용한 산책에 만족할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 명품을 자랑할 때, 나는 좋아하는 작가의 책 한 권을 사서 소장하는 데에 더 큰 충만함을 느낄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점을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준 위에서 내가 가진 것들, 내가 이룬 작은 성취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거죠.


SNS는 분명 세상을 넓혀주고 사람들과 연결해주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하지만 무방비 상태로 그곳에 빠져들면 비교의 늪에서 길을 잃기 쉽습니다. 이제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안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걸어가는 법을 연습해야 할 때입니다. 타인의 하이라이트가 아닌, 나의 소중한 일상에 더 집중하면서 말이죠.

이젠 SNS 속 누군가가 아닌.


나 스스로의 팬이 되어 봅시다. 내일의 내가 어제를 만족할 수 있도록.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내 삶을 궁금하게 될 거예요.

"너 요즘 얼굴 좋아보인다, 요즘 좋은 일 있어?" 라면서요.

그저 평범한 나를 찾았을 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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