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싶은데 어떤 글을 쓸까?
현실에서 어떤 일이 좋을까를 고민하는데 글을 쓸 때 어떤 글을 쓸지 결정 내리지 못하는 것도 참 나답다.
에세이 형식의 글을 써볼까?
생뚱맞게 소설을 써보고 싶기도 하고..
주변인들을 관찰하며 이야기를 써볼까?
아이들에 대해 써볼까?
새롭게 구할 일에 대해 써볼까..
무엇이든 '그냥 한다'는 상태를 가지고 싶은데 그게 무엇이면 좋을지 잘 모르겠다.
결혼하기 전 2년 동안 다녔던 연구소.
물환경연구소여서 샘플을 채취하고 실험을 했었다. 대구에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대전으로 이직하는 남편의 프러포즈를 기회삼아 2년 만에 일을 그만두었다. 미련이 없었다. 되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제도아래 좋은 핑계를 대며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으니까.. 그때의 나는 그 회사에 다니면서 점점 불행해진다고 생각했다. 나 말고 다른 누군가는 같은 회사를 다니며 더 나은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부럽다는 생각만 할 뿐 나는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첫 번째 직장을 미련 없이 떠났다.
한 달 정도 휴식기를 가지고 결혼식을 올리기 일주일 전 대전에서 면접을 봤고,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바로 출근을 했다. DNA 분석장비를 개발하는 업무였다. 정말 정말 나에게는 처음인 일이었다. 분명 나의 경력을 보고 뽑았다고 했는데 경력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장비를 개발해야 하는데 dna샘플을 제조하고 장비의 정확성을 테스트하는 업무였다. 각 부서의 팀장님, 소장님들은 카이스트 출신들이 많았는데, 그래서인지 장비 개발도 카이스트와 함께 협업으로 진행하였다. 월요일마다 카이스트 대학원생 학생들에게 내가 지난 일주일 동안 작업한 내용을 브리핑해었는데, 그때의 떨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일요일 저녁만 되면 회사에 가기가 싫어서 많이 힘들었다. 그들에게 나의 밑천을 들킬 것만 같았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에 점차 익숙해졌고 카이스트 학생들도 그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엔 장비 개발을 더 열심히 했다. 1년의 시간이 지나자 장비가 개발되었다. 장비를 산 곳을 찾아가 장비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나고 나니 그때 더 열심히 해볼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약 2년의 시간이 지나고 만삭이었던 나는 출산휴가를 썼다.
출산휴가를 쓰고 복귀를 앞둔 어느 날 연구소 소장님이 나를 만나러 동네까지 오셨다. 카페에서 6개월 정도 된 아이와 소장님 나 이렇게 셋이 이야기를 나눴다. 회사가 어려워져서 복귀가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였다.
그맘때 나는 이 작은 걸 어린이집에 맡겨두고 어떻게 회사로 복귀해야 하나를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의외의 이야기에 "어쩔 수 없죠"라로 이야기했지만 내심 좋아했었다. 그렇게 두 번째 직장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약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갔고, 현재의 나는 뭘 하면 좋을지에 대해 사춘기 때 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있다. 작은 흥미라도 느낄 일들을 찾아보고 있는데 그마저도 쉽지 않다. 경력은 없으면서 눈만 높아졌다.
적당히 힘들고 적당히 잘 벌 수 있는 일.. 아이들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들지 않을 일.. 유니콘을 찾는 게 좀 더 쉬울 듯하다.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잡고 싶은지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약 세 달 동안 고민의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방향이 결정되지 않아서인지.. 집에서도 밖에서도 열정이 사라졌다.)
고민의 시간 동안.. 꼭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1. 집안 청소 깨끗이 하기. (집이 엉망이면 몸이 더 움직이기 싫어진다는 걸 안다.)
2. 아이들 밥 잘 해먹이기. (기본을 놓치면서 잡을 수 있는 건 없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