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공부 중입니다.
얼마 전부터 초6아들이 공부를 다 해놓고 다 같이 유튜브에 있는 상식퀴즈를 풀어보자고 한다.
'30문제 중에 15문제 이상 못 맞추면 성인 아닙니다' 같은 자극적인 문구에 홀랑 넘어가서 그래해보자 했다.
난 아직 성인이 아니다.
상식도 없는데 기억력도 없다. 신혼여행을 프랑스로 다녀왔으며 심지어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도 직접 보고 왔는데, 루브르 박물관을 묻는 질문에 기억력 이슈로 답을 못 적었다. 초6이 비웃는다. 그나마 작가를 묻는 질문에 몇 가지 대답을 적어서 완전 무시까지는 안 당했다. 근데 조만간 상식이 들통날 거 같다. (이미 알지도..) 초6아들은 사회 시간에 배웠다 과학 시간에 배웠다며 답을 적는다. 교과서를 애들만 볼게 아니라 내가 다시 봐야겠다 싶다. 어제는 선거의 4대 원칙을 적는 문제였는데 초4와 초6은 적고 나와 남편은 못 적었다. 이렇게나 현역이 잘 나간다. 보통, 평등, 비밀, 직접.. 들어보면 모르는 거 없는데 적으려면 기억나지 않는 것들.. (알고 있었다고 우겨본다.)
애들 보기에 엄마는 책도 많이 보는데 왜 상식이 없는 걸까.. 고민하지 싶다. 아이들 공부시간에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데,, 허허 이유를 들어보자면 나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나 교육분야 경제 쪽 책만 보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도 물어보면 잘 맞추리라는 보장이 없다.) 기본적인 상식을 키울만한 건 사실 교과서에 나오는데 중고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지 못한 게 티가 난다. 어딜 가나 중간이었다.
그리고 관심이 없는 분야의 이야기는 몇 번을 들어도 기억하지 못한다. (단순히 내 기억력이 너무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공부를 못했나..) 단편적인 예시로 남편이 졸업한 초중고의 이름은 연애시절부터 20년 동안 들었으나 아직도 모른다. (사랑했고, 관심도 있는데 왜 이런지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우와.. 이 사람 글 잘 썼다'라고 느끼는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고학력일 땐 역시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 교육서를 읽으면서도 잘 배운 사람이 잘 가르치고 잘 키우는 게 보이니 나 같은 사람은 더 많이 고민한다. 나는 잘하는 분야가 아니었으니까.. 그럼에도 한때 아주 잠깐 잘했던 경험이 있었다.
지방의 국립대에 후보 3번으로 겨우겨우 입학했다. 입학하고 잔디밭에서 술 마시고, 술집에서 놀고 학회실에서 놀고 참 많이도 놀았다. 그러다가 시험기간이 되어 열심히 공부를 했다. 운이 좋게 첫 번째 시험에서 과탑을 했다. 그 시험에서 내가 잘해서라기 보단 다른 동기들이 공부를 덜 했던 거 같다. 그럼에도 내 인생 1등이라는 경험은 정말 짜릿했으며 그 경험을 토대로 대학 시절 내내 과탑을 놓치지 않았다. 그땐 공부가 참 재미있었다.
우리 애들은 그 1등의 경험을 어느 과목이든 어디서든 딱 한 번 해보면 좋겠다 싶다. 물론 엄마의 욕심이다. 더 욕심을 내자면 중고등학교때 해보면 더 좋겠다.
그때의 내 이미지는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하고 학회생활도 하며 연애까지 하는 뭔가 잘 나가는 이미 지였던 거 같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의 나는 나였는데 내가 아니었던 거 같다. 시험 치기 전에 공부했던 내용이 시험지를 받으면 옆에 책이 펼쳐진 것처럼 기억이 났다. 교수님들이 수업시간에 얘기하는 것들이 참 재미있어서 집중해서 들었다.
그때 그렇게 좋은 학점을 받은 게 내가 맞나.. 싶게 지금은 기억나는 게 너무 없다.
아이들과 상식퀴즈를 하면 할수록 밑바닥이 드러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간혹 좀 부끄러울 때도 있다.) 되려 이렇게 지금이라도 한두 개 더 알 수 있는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까지 보낼 수 있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남편은 너무 압도적 1등이라 아들 딸은 꼭 내가 함께 하길 바란다. (남편이 잘한다기보단 내가 너무 못한다.) 지식은 많이 없지만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다. 나보다 잘 해낼 수 있는 아이들을 끝까지 응원하고 믿어보고 싶다. 나를 앞질러 가는 순간을 조금 늦춰보기 위해서 더 많이 공부하겠지만 그 순간이 일찍 와도 아쉬워하진 않아야겠다.
오늘은 애들을 재워놓고 미리 상식퀴즈를 하나 풀어봐야겠다. 내일은 내가 압도적으로 이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