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인간

쓸 만도 하고 매력도 있으면 좋겠다.

by 쏜맹

박정민 배우가 쓴 [쓸 만한 인간]을 좋아하게 되었다.

특유의 우울함을 약간의 비급감성으로 잘 녹여 쓴 그의 글은 내가 쓰고 싶은 글과 닮아있었다. 어떤 어떤 것들을 가져서 괜찮다기보다 그냥 괜찮다고 이야기하는 그의 사고를 좋아하게 되었다.


엄마친구아들이라는 드라마로 정해인 배우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는 몰랐는데 참 잘생겼다 싶었다. 그렇게 정해인 배우가 나오는 모든 드라마와 영화를 섭렵했고 배우의 상대역들도 눈여겨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박정민 배우를 보았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나를 이영지의 레인보우에 나온 고민중독을 부르는 박정민에 이르게 하였다. 최선을 다해 고음을 부르는 그의 모습은 참 귀여웠다. 첫인상은 어디서 본 거 같다? 두어 번 보다 보니 사람이 꽤 괜찮다. 정도였다. 인터뷰하는 배우 모습을 보고 박정민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말을 참 맛있게 잘하는 사람이었다. 댓글 중에 그런 댓글이 있었다. '현실에 있었으면 죽도록 짝사랑했을 선배' 참 맞는 말이었다.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정해인과 박정민 중 나는 박정민과다. 첫눈에 반할만한 스펙은 아니니까.. (그렇다고 박정민 배우만큼의 매력이 있지도 않음.. 흠흠..)


나도 매력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정해인처럼 한눈에 잘생김으로 매력이 상승하는 사람도 있지만 박정민처럼 보다 보면 점점 매력 있는 사람이 있는데 나도 그와 같아지고 싶다. (이쁨과 멋짐을 타고나지 않았으니..)


이런 나도 20대에는 내가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았고 (인간적으로) 나도 사람을 좋아했으니까. 그때의 나는 나 스스로 어떤 매력이 있는 사람이라 평가한 지는 몰라도 참 자신감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나 스스로가 나를 참 사랑하던 시절이었다. 20살-24살..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아이였다. 그게 당연했다. 가끔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있었지만 내 가치가 흔들릴 만큼은 아니었고 자고 나면 다 잊을 정도였다. 돈이 없어 불행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이만큼 잘 지내고 있는 내가 뿌듯하기도 했다.


대학에 입학하고 부모님은 첫 학기 등록금과 기숙사비만 지원을 해주셨다. 워낙 그렇게만 해 줄 수 있다고 얘기를 많이 했어서인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다. 운 좋게 내가 입학한 그 해부터 장학금 제도가 좋아져서 꽤나 많은 장학금을 받으며 무료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대학교 다닐 때 머리가 순간적으로 좋아진 듯..) 학기 중에는 학과 사무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방학중에는 기본 투잡을 했다. 그 와중에 연애도 했으며, 술도 실컷 먹고 즐거운 대학생활을 잘 즐겼다. 부족했지만 그래도 살만은 했다.


나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 방학중에 해외연수를 가는 사람들, 나보다 더 나은 무엇이 있는 사람들은 넘쳐났지만 그 사람들이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단순히 그저 좋겠다로 끝낼 수 있는 감정이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은 거 같은데 (20년이 흐른 거 말곤..) 그때는 있다고 생각한 매력이 지금은 없는 거 같다. 지금은 그저 쓸 만한 인간이고 싶다. 못쓸 건 없지만 딱히 안 써도 상관없는 인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이라서 좀 더 나의 필요성이 커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필요성이라는 것도 남이 인정하는 게 아니겠지.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요즘의 나는 내 맘에 잘 들지 않는다. 그래도 이게 나라면 이대로의 나도 사랑해야겠지. 오늘의 내가 마음에 들었던 순간들을 기록해 봐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내가 마음에 들었던 순간 : 아이들 저녁으로 부추전과 계란찜, 돼지불고기를 해주고 잘 먹인 후 저녁 산책을 나갔다. 아이들의 조잘조잘 소리와 약간은 따스한 바람에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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