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화장실 청소를 해.

by 쏜맹

수요일에 올렸어야 할 글을 올리지 못했다.

사실 못 올렸다기 보단, 술 마시고 글을 올려서 연재로 올린 게 아니라 그냥 일반발행을 해서 연재글이 하루 비었다. 지난 첫 번째 연재는 26의 나부터 40의 나까지 매년 있었던 일들을 글로 적는 거라 주제가 정해져 있으니 쉬웠다.


이번에는 큰 주제는 메인이 되지 못한 인간의 삶이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주제를 가졌지만, 사실 일상을 올리는 에세인데 나의 일상이라는 게 글로 옮기기 애매한 것들이 많다. 재미도 없고,..


그럼에도 글을 써보자면,, 오늘은 오랜만에 화장실 청소를 했다. 사실 지난주 내내 안방 화장실을 청소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뭘 해도 덜 즐겁고, 나머지 청소를 해도 찝찝한 상태였다. 그러면 진즉 하면 되는데 또 몸이 그리 움직여주질 않았다. 오전에 내내 누워있던가.. 책 조금 보고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고 빨래 좀 하다 보면 시간이 없다는 핑계만 대고 그렇게 하루하루 보내버렸다.


7월부터 일을 하지 않게 되면서 이번 주 수업을 가서 아이들과 어머님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오늘 그중 한 명에게 작별인사를 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선생님 다음 주까지 수업하고 7월에는 못 볼 거 같아"라는 말에 눈물을 글썽였다. 나도 조금 울컥하긴 했지만 잘 참고 남은 5분 수업을 끝냈다. 어머님께도 동일하게 전달드렸더니 "아... 많이 아쉬워요" 라며 눈물을 흘리신다. 아이도 울고 어머님도 울고 나도 울었다.

이 아이는 처음엔 수업이 하기 싫다며 자리에 앉아있기도 거부했고, 수업의 절반이상을 본인 이야기 하는데 쓰는 아이였다. 그렇게 6-7개월의 시간이 지나고 점차 적응하기 시작해서 지금은 수업을 참 잘 따라오는 예쁜 아이다. 솔직히 나도 일을 그만둔다고 생각할 때 이 아이가 제일 마음에 걸렸다.

수업을 가면 이 아이가 나를 선생님 이상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그렇게 마음 아프게 나의 퇴사를 전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신기한 게 누군가 나를 위해 울어줬던 그 장면,, 또 나를 좋은 사람이었다 말해주는 아이와 어머님으로 인해서 그동안 몸 안에 없던 기운이 살아났다.


그 좋은 기운으로 화장실 청소를 했다. 기분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는 없지만 누구든 나를 사랑하고 좋은 사람으로 생각해 준다는 그 자체만으로 나의 가치가 나의 존재가 더 빛이 나는 거 같다.


그렇다면 이런 기분을 나만 느낄 순 없으니, 내 가족들 나아가 주변인들에게도 전파하고 싶다.


"그대는 참 좋은 사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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