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살 엄마와 4살 아들 2살 딸
뭔가.. 가까운 과거였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그게 나에겐 31살이다.
다시 내려온 대구에는 또다시 아는 사람이 없었고, 둘째는 너무 어렸고 첫째는 어린이집 가기 싫어를 외치며 아침마다 울었고 남편은 새로운 지역에서 너무 바빴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둘째는 잠을 너무 잘 잤다. 잘 잤다기 보단 의도치 않게 첫째 챙긴다고 잠 와서 울 때마다 제대로 된 반응을 못해줬더니 혼자 잠이 들었다. (그때 빨던 손가락을 아직도 한 번씩 빤다..... 11살인데..)
몇 가지 에피소드 정도만 기억이 난다.
1. 아기 침대에 누워있는 동생을 예쁘다 예쁘다 해주는 척하다가 어른들 몰래 동생 한 대 때린 첫째.
2. 배고프다고 우는 둘째 옆에서 수유하지 말라고 우는 첫째
3. 놀이하다가 발가락에 장난감 부딪혀서 아파서 우는 첫째와 오빠 우니까 따라 우는 둘째.
대부분의 에피소드가 울고 울고 울고 나도 울고 정도였던 거 같다.
그땐 첫째를 보면 첫째가 안타깝고 둘째를 보면 둘째가 안타깝고 그러다 거울을 보면 내가 젤 안타깝고 그런 시기였던 거 같다.
또 그날도 생각난다.
엄마가 내 육아를 도와주기 위해 일주일정도 시간을 내서 와주셨다. 일단 우리 엄마는 예전 엄마들과 다르다. 일단 본인이 먼저이며, 아이들을 봐주다가도 8시면 퇴근을 외치셨다. 그날도 엄마는 8시 퇴근을 외쳤는데, 둘째가 그 시간에 잠이 들어있어서 나는 첫째를 재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거실 아기침대에 재워둔 둘째가 울기 시작했고 엄마가 방에서 나오셔서 둘째를 안는 소리가 들렸던 거 같다. 첫째가 막 잠이 들려고 했기 때문에 조금만 더 있다가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기본적으로 체력이 약간 우리 엄마는 둘째를 안았다 내려두길 반복하고 결국 둘째는 잠이 들지 못하고 울고 엄마도 울기 직전이었을 때 (10분 남짓한 시간이었던 거 같은데) 첫째를 재우고 있던 방문이 벌컥 열렸다.
본인은 도저히 못 재우겠다고 포기선언을 하셨다.
다행히 첫째가 막 잠이 들었고 나와서 둘째를 받았는데 뭐랄까 참 웃겼던 거 같다.
엄마는 "내가 어떻게든 재워볼라 했는데, 도저히 안된다. 그리고 자꾸 배가 고프다." (둘째 말고 엄마가..)
이상하게 우리 집에만 오면 저녁을 먹어도 배가 고프다 하셨다. 평생을 야식 안 먹으신 분인데 우리 집에선 항상 배가 고프다 했다. 그리고는 "애 볼래? 밭맬래? 하면 역시 밭을 매는 게 맞는 거 같다. 애 보는 거 진짜 힘들다. 니는 혼자서 둘을 어떻게 보노? 대단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사셨다. 본인은 애가 셋이었으면서,..
엄마도 우리가 어렸을 때가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좋았었다고 말해준다. 농사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 요리하기 싫은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래도 해주면 잘 받아먹던 니들이 있어서 좋았다고, 주말이 되면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로션을 발라주면 뽀얀 얼굴들이 얼마나 이뻤는지 모른다고 자고 있는 애들을 몇 뼘이나 컸나 손으로 재보는 것도 큰 행복이었다고 말해줬다.
역시나 사람은 괴로웠던 기억은 많이 잊고 시간이 지날수록 좋은 기억만 가져가나 보다.
그런 의미에서 31살의 나는 힘들었나 보다. 행복했던 기억보다 애들 울고 울었던 기억이 대부분이니까. 그래서 잘 기억나는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때가 또 그립다.
말랑말랑하던 그 볼살들도 꼬신내 가득했던 발냄새도 다 같이 낮잠을 자던 시간도 아기띠로 둘째 안고 첫째 손을 잡으면 세상 무서울 것 없었던 것 같던 그 느낌들도.
울고 울고 울고의 나날들 중 가끔 다 같이 웃는 순간이 오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