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적으로 아들 하나 딸 하나
남편과 연애할 때 남편이 그런 얘기를 많이 했다.
본인은 원하는걸 말로 하면 잘 이뤄지는 거 같다고..
그때도 항상 얘기했었다. "결혼하면 나는 아들하나 딸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아들이 먼저 태어나고 딸이 태어나면 좋겠어. 내가 누나가 있어보니 난 누나보단 오빠 있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렇구나, 호호호호 가능하면 좋겠네.(가능할 거란 생각을 안 함.)
그로부터 몇 년 후 남편은 꿈을 이뤘다.
첫째 때는 임신 준비만 하면 바로 임신되는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시간이 걸려서 조금 초조했었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분들이 많지만.. ) 그러나 둘째는 뭐랄까, 계획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계획보다 빠르게... 그렇게 임신이 되었다. 고마운 부분이다.
둘째는 8월 13일에 태어났다. 예정일은 15일이었는데, 그날이 공휴일이라 생일과 겹치는 게 싫어서였는지 오빠랑 동일한 날짜에 태어났다. (둘 다 자연분만인데 날짜가 겹쳐서 신기하다. 첫째는 10월 13일, 심지어 내 음력생일은 4월 13일..)
대전에서 첫째가 3살 둘째는 만삭 때까지 살다가 (7월 31일) 남편이 회사 내에서 지역이동을 하게 되어서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만삭의 몸으로 이사하고 나서 짐을 정리한다고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만삭인 아내를 배려해 준 남편 덕분에(?) 첫째 아이랑 나는 카페에서 이사 내내 시간을 보냈고, 이삿짐센터분들이 나가신 후 집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아 그건 대충 여기 넣어주세요. 이건 여기 대충 넣어주세요." 따위를 시전 했을법하게 물건들이 엉망진창으로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첫째를 재우고 내내 물건을 정리했던 거 같다.
나는 둘째를 출산예정이었고 뱃속의 아기는 크기가 크지 않았고 나의 골반은 아이를 낳기 매우 적합했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통증이 느껴지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둘째도 첫째와 비슷하게 새벽 5시쯤 배가 아팠다. 샤워를 하고 첫째가 먹을 아침을 만들어두고 남편을 깨웠다. (남편은 참 시끄러워도 잘 자네..?) 시부모님들께 연락을 드리고 첫째 아이 어린이집 등원을 부탁드렸다. 그때가 7시 30분을 넘은 시간이었고 가까이 살고 계셔서 8시쯤 집으로 오셨다.
첫째에게 "동생 낳고 올게! 이따 봐"라는 인사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 도착하니 8시 30분이었는데, 9시는 되어야 선생님이 오신다고 한다. 나는 그때도 이미 배가 많이 아팠다. 첫째와는 진행속도가 아주 달랐다.
그 와중에 나의 남편은 뭐라도 먹어야 잘 낳지 않겠냐며 근처 문을 연 식당을 찾아봤고 '바르다 김 선생'에 들어가서 김밥과 우동을 주문했던 거 같다. (잘 기억이 안 난다.. 이미 진통이 심함..) 배가 아파서 한입도 먹지 못하는데 그걸 기어코 남편이 다 먹었다. (역시 환경과 학회장님스러운 자연지킴이...)
9시에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만났고 선생님이 이미 상황이 많이 진행된 거 같으니 분만실로 가자고 했다. 옷을 갈아입고 분만실에 가니 9시 30분이었다.
남편은 당일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10시 30쯤엔 출발을 했어야 했다. 병원 근처에 있는 친언니한테 전화를 해서 내가 곧 출산을 할 것 같으니 와서 옆에 있어 줄 수 있냐고 물어봤고, 언니가 다행히 시간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해서 곧 출발하겠다고 했었다. 고 한다.
분만실로 들어가서 5분? 10분? 뒤쯤 간호사 선생님이 내진을 하셨고 상황이 급격히 진행되었다. 정말 아이가 나올 것 같았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이 진료 중이라 못 오시고 계셨다. 낳겠다는 산모와 잠시 기다려 달라는 간호사 선생님의 이야기들이 오갔고 참고 참다가 이제 더는 못 참아요!!라고 할 때 기적같이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들어오셔서 "힘주세요"를 두 번쯤 했을 때 둘째가 나왔다.
10시 6분이었다. (아이의 성격이 급한 것도 출산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걸까...)
다행히 남편은 탯줄을 자를 수 있었고, (효녀 덕분에) 20분 뒤 도착한 언니에게 나를 인수인계하고 일을 갈 수 있었다. 이때의 일은 아직도 남편과 언니가 얘기한다. 회사가 근처라서 진짜 일찍 도착했는데 이미 아기를 낳았다고 해서 많이 놀랐다고.. (훗)
둘째의 출산은 '번갯불에 콩 구워 먹기' 정도로 후루루루루룩 지나갔다.
둘째를 낳고 나서 병실로 옮겨진 나는 언니와 수다를 떨었다. (둘째가 얼마나 스피드하게 출산가능한지에 대해서) 그리고 시부모님이랑 함께 온 첫째의 낮잠까지 병원침대에서 재우는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날 저녁엔 언니와 형부가 함께 와서 병실에서 통닭을 시켜 먹었다. (지금 생각하니 아주 희한하다. 그들은 왜 병실에서 통닭을 먹었나.. 맥주 안마셨으니 다행인것도 같고.)
그렇게 2박 3일 병원에서 가장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나의 귀엽지만 질투 많은 첫째와 순해서 오빠에게 많이 당했던 (지금은 전혀 아님) 네 가족이 완성되었다. 3명이 가족이었을 땐 남편도 나도 서로에게 슬쩍... 아이를 맡기고 쉬고 싶어 했는데 둘이 되니 1:1로 케어를 해야 해서 서로 싸울 일(?) 없어서 좋았다. 훗, 잘된 일이다.
이로써 정말 우.리.가.족이 완성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