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부다.
나는 워킹맘이었고,
그는 일찍 철든 아빠였다.
하나씩 맞춰갈 시간도 없이
우리는 아이를 낳았고,
방 한 칸에서 신혼을 시작했고,
이민을 떠났고,
가이드를 하며 번갈아 아이를 돌봤다.
누구 하나 완벽하진 않았지만,
우린 그때부터 '같이'였다.
남편은 나보다 네 살 어리다.
천성이 순한,
마음 여린 개구쟁이다.
불쌍한 사람을 보면
그냥 지나치질 못하고, 결국
주민센터에 1년 넘게 쌀을 기부했다.
아직도 청년들이
그를 삼촌이라 부르며 따르고,비밀얘기를 나눈다.
해물요리를 좋아하고,
고추장만 있음 밥 한공기가 뚝딱이다.
가끔
가을 낙엽을 주워
“당신 생각나서…”라고 말하고.
별일도 아닌 날,
립스틱과 귀걸이를 건네주는..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날이면
야외로 나가서 커피를 마시자고 데이트제안을 먼저 하는,
내 남편은 그런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정반대다.
내 코가 석 자인 사람.
가족이 우선이고,
남들은 눈에 잘 안 들어온다.
뭐든 열 가지 넘게 비교하고
꼼꼼하게 따져본다.
아이들이 어른처럼 굴면
절대 못 참고,
길에서 담배 피우는 청소년을 보면
지나치지 못한다.
꽃 선물은 졸업식 때나 하는 거고,
굳이 밖에서 커피를 마시는것은 돈이 아깝다.
외식은 무조건 고기여야 하고,
매운 음식은 떡볶이도 싫다.
이렇게 다른 우리.
하지만
살아가며 우리는
서로에게 물들었다.
그는 조금 더 현실적이 되었고,
나는 조금 더 낭만적이 되었다.
남편이 조건을 따지며 물건을 사고,
인제 나도 가끔 야외로 커피마시러 가자고 꼬신다.
처음 결혼할 때
엄마가 걱정했던 조건과 상황들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지만,
그럼에도 내 마음은 지금 가장 편안하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그가 채워주고,
그에게 없는 걸
내가 대신한다.
부부는 결국
완성형이 아니라
보완형이 되어야 한다.
둘 다 똑같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한쪽에만 있어도 되는 성향이,
다른 쪽에 없는 덕분에
오히려 더 감사할 수 있었다.
우리는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게임을
함께 플레이 중인
팀이 된 것 같다.
사랑이 서로 닮아가는 것이라면
결혼은 다름을 감사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