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그리고 멈춰야 했던 순간.

암을 핑계 삼아 쉴 수 있었던 때

by 루미아


셋째가 태어났을 때,
나는 이미 두 아이를 키운 엄마였다.


육아가 어떤 건지,
이제는 좀 안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셋째 육아는 또 다른 전쟁이었다.

밤에 겨우 잠 좀 자는구나 싶던 그때.
다시 시작이었다.
기저귀, 분유, 밤수유, 이유식

낮에는 순하게 놀고 자던 아이들은

밤만 되면 아프고, 시간마다 깨기 일쑤였다.
끝이 없었다.

경험이 있으니 익숙할 줄 알았지만,
몸은 예전 같지 않았다.
체력은 바닥났고,
잠은 쪼개졌고,
정신은 늘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남편은 늘 최선을 다해줬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었고,
내가 좀 쉴 수 있게
세 아이를 모두 데리고 외출도 해주었다.
그 덕에
버틸 수 있는 날들이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도움" 으로는 부족했었던 시기였다.

피곤은 쌓였다.

설마 또 임신은 아니겠지?
출장 때문일 거라 생각했다.
수면 부족 때문이겠지,
이 상황에 안 피곤한 게 이상한 거지.


그렇게 넘기려 했던 피로감은
검진 결과
암 진단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막내는 고작
14개월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조금 쉴 수 있겠다.”

정말 그랬다.
아픔을 핑계 삼아서라도,
잠시 멈출 수 있는 시간에 오히려 감사했다.


누구보다 바쁘게 살아왔고,
누구보다 멈추지 않고 달려왔기에
투병마저,
작은 ‘여유’로 느껴졌던 날들이었다.




엄마는 언제나
자기 자신을 마지막에 생각한다.
그게 엄마라는 이름의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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