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우리의 결혼식
사실 나는
내 인생에 결혼식이라는 건 없을 줄 알았다.
아이를 둘이나 낳았고
생활은 빠듯했고
마음 둘 여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이제 와서?” 하는 민망함도 있었다.
드레스를 곱게 입은 친구들,
부모님 손 꼭 잡고 입장하는 친척들을 보면
마음 한켠이 살짝 쓰리긴 했지만,
괜찮았다.
나는 예쁜 딸이 둘이나 있었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
부모님이 먼저 말씀하셨다.
“동생네 해외 가기 전에,
결혼식 하는게 어떠니?”
그 말이 떨어지고
딱 한 달 뒤,
눈이 하얗게 내리던 1월의 어느 날,
결혼식을 올렸다.
북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입은 드레스는 누구보다 예뻤고,
신랑이 직접 불러준 축가는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선물이었다.
사람들이 그랬다.
“신부는 입이 귀에 걸렸는데,
신랑은 왜 울어요?”
그때 알았어야 했는데—
T 여자와 F 남자.
우리는 성격도, 순서도
남녀가 바뀐 운명이었다는 걸.
그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신부는
딸 둘을 이미 품은 여자였고,
그 옆에서
세상에서 가장 많이 운 신랑은
서른도 안된 어린 '두아이의 아빠'였다.
아이들을 도우미 아주머니께 부탁하고
집에 두고 왔기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
신혼여행은 생략됐고,
남편과 스키장을 다녀온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즐거웠다.
짧았지만,
정말 ‘우리 둘만의 시간’이었다.
운명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끝까지 나를 웃게 해준사람.
그 사람이 내 운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