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없는 노력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자식이 태어나면 본능처럼 바란다.
눈에 띄는 재능 하나쯤 있기를.
그 재능으로 아이의 길을 열어줄 수 있기를.
나도 그랬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눈에 띄는 ‘무엇’보다
자기만의 속도로 자라고 있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는 직업보다,
아이 안에 숨은 ‘재료’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앞으로 세상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변할 것이다.
새로운 일이 생기고, 그 일에 이름이 붙여질 것이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교학점제니 진로탐색이니 하면서 아이들에게 점점 더 빠르게
자신의 길을 정하라고 압박한다.
늦어도 중학교 2학년쯤엔 인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직 겨우 14~15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말이다.
어른인 나조차도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인데..
아이의 재료를 무에서 찾아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이의 재료는 결국, 부모인 우리로부터 온 것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성향은 나의 과거와 맞닿아 있다.
아이의 진로를 고민할 때,
부모인 우리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잘했던 것,
우리가 오래 사랑했던 것,
우리가 자주 반복했던 습관들.
그 안에 아이의 단서가 숨어 있다.
이 말은 아이가 내 길을 그대로 따라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 직업을 그대로 물려주길 바란다거나,
내 삶의 방식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더더욱 아니다.
그보다는,
나라는 사람 안에 이미 녹아 있는 성향과 태도, 살아가는 방식의 결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자는 이야기다.
그 안에서 아이와 맞닿아 있는 무언가가 보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가 앞으로 만들어갈 길에 작은 힌트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
세상은 변한다.
지금 있는 직업도, 앞으로 생겨날 직업도 결국은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건 ‘앞으로 잘 나갈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재료를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다듬어갈지를 아는 힘이다.
우리는 아이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아이가 가진 가능성을 찾아주고, 지켜봐주고,
때로는 조용히 길을 비춰주는 사람이다.
억지로 끌어당기거나, 세상의 흐름에 맞춰 깎아내는 대신,
아이 스스로 자신의 재료를 발견하고
빚어갈 수 있도록 곁에 오래 머무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로를 진심으로 고민하는 부모의 태도 아닐까.
그리고 그 시작은,
부모인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8. 부모의 감정도 보호받아야 한다
매주 금요일, 당신의 노력에 말을 거는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