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내 아이는 특별한 재능이 없어보여요

이름없는 노력

by 소월강

아이가 서너 살쯤 되었을 때였다.
또래 아이들은 숫자를 세기 시작한다거나,
직쏘 퍼즐을 척척 맞춘다거나,
책을 아주 좋아해서 한자리에 앉아 오래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아무것에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저 나와 눈 마주치며 웃고,
놀이터에서 모래를 만지고,
뛰어다니며 노는 걸 좋아했다.


그때 나는,
아, 우리 아이는 그냥 평범한 아이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평범함’이 괜찮은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부모도
"우리 아이는 평범해요" 라고 말하길 꺼려하는 것 같다.


나도 그랬다.

겉으로는 아주 쿨한 엄마처럼 말했다.
“우리 애는 그런 거에 별 관심 없어. 그냥 평범한 아이야.”

하지만 그 말을 할 때,
내 마음은 조금도 괜찮지 않았다.


혹시라도 아이 안에 뭔가 특별한 재능이 숨어 있다가
내가 몰라봐서 사라져버리면 어쩌지,
혹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하지.

그 두려움이, ‘평범하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내 안에서 조용히 꿈틀거렸다.


그 시선은 분명 아이를 향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나를 향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부족한 엄마라서—
내가 그 아이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목 없는 사람이라서—


그래서 혹시,
내가 아이의 가능성을 놓쳐버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불안은 작고 조용하게 시작되었지만,
조금씩 내 안에서 쌓이고, 켜켜이 겹쳐지더니
어느 날, 결국 터지고 말았다.

나는 불안증 진단을 받았다.



내 의지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더는 버틸 수 없었다.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는 스스로 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약을 복용한 지 1년째 되는 엄마다.

내가 나의 불안을 조금씩 다스릴 수 있게 되자,
아이의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사실 아이는 처음부터 그대로였다.

달라진 건,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었다.


아이를 다시 들여다보니,
그 애는 처음부터 믿음직스러운 아이였다.
혼자서 자기 할 일을 묵묵히 해내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아가는 아이였다.


나는 이제야 알게 되었다.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불안이 문제였다는 것.


아이는 괜찮았다.
잘 자라고 있었고,
무언가를 서두르지도, 모자라지도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 자신도 다시 보게 되었다.

나는 늘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의 재능은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힘'이었다.

아무 재능이 없을 것 같았던 나에게도
누군가의 삶을 붙잡고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그건, 내가 가진 행동력이라는 이름의 재능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믿는다.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기 삶을 살아내는 ‘재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재능은 남이 정해주는 기준 안에서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 안에서 천천히 드러나는 것이다.


그리고 부모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가능성을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고,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고 기다려주는 일이다.



#7. 내 아이를 보려면 나를 보자


매주 금요일, 당신의 노력에 말을 거는 글을 씁니다.

keyword
이전 06화#5. '사교육없이 키워요', 그 말의 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