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 10년 만에 친구들과 도봉산에 올랐다.
10년이라는 시간이면, 바윗돌도 조금은 닳고, 우리 마음의 뾰족한 부분들도
슬쩍 부드러워졌을 법한 그런 시간이다.
도봉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우리는 여전히 좀 숨이 찼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 숨 가쁨마저 편안했다.
정상은 아직 멀었는데 김밥이 먼저 사라졌고,
막걸리는 생각보다 빨리 바닥이 났고, 바나나 하나씩 꺼내 먹을 때쯤엔 이미 우리 대화의 주제는 ‘침묵’이었다. 그런데도 어색하지 않았다.
말없이 있어도 괜찮은 사람들, 그게 친구였다.
그 순간, 괜히 시 한 줄이 떠올랐다.
나는 오늘
김밥 한 줄로 철학을 말했고,
막걸리 한 잔으로
인생의 쓴맛을 씻었다.
바나나는 속세의 단맛 같았고,
키위는 왜 거기 있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말없이 씹어도
목이 메지 않던 순간들.
나는 그것을, “친구”라고 부르기로 했다.
돌아오는 길, 미리 예약해 놓은 식당에서 두부김치, 파전, 콩국수, 보쌈, 맥주, 소주, 사이다 여하튼 엄청
먹었다. 맥주에 사이다를 타서 먹으니 맛이 기가
막혔다.
친구 하나가 도봉산을 주제로 삼행시 대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상품은 마스크 펙! 나는 멋진 문학을 만들어 냈다
도 : 도망치고 싶은 삶의 무게 아래서도
봉 : 봉우리 끝에선 결국, 내가 누구였는지를 묻는다.
산 : 산은 대답하지 않는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이다.
나는 1등을 확신했다. 그런데 웬걸?
친구 하나가 던진 삼행시가 1등을 가져가 버렸다.
도 : 도다리 주이소
봉 : 봉다리에 주이소
산 : 산채로 주이소.
1등 못한 아쉬움을 뒤에 두고 식당을 나왔다.
위에 앉아 있던 까치 한 마리가
우리를 내려다보았다.
아마 속으로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저러고 논다?”
그래, 우리는 아직도 그렇게 논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날은, 그냥 그런 날이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등산보다 막걸리가 더 기억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