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는 게 왜 이렇게 불편하죠?
토요일 오후 세 시.
햇살은 환하고, 바람은 놀러 나가라고 부추기는데
나는 침대 위에서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었다.
꼭 해야 할 일도 없고, 그렇다고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냥, 지금 당장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핸드폰 알림은 조용했고, 메신저는 까맣게 잠들어 있었다.
기분이 나쁜 것도 아닌데
갑자기 이유 없이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쉬고 있다는 사실이 죄처럼 느껴졌다.
마치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이렇게 누워 있을 시간이 어딨어.”
속삭이는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울렸다.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모른 채.
책상 위에 던져놓은 노트북이 나를 째려보는 것 같았다.
세탁기 안에 있는 빨랫감이 “우릴 언제 꺼낼 건데?” 하고 투덜거렸다.
그 순간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가치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내 마음 한 구석을 슬쩍 긁었다.
그래서 나는 억지로라도 뭔가를 했다.
안 봐도 되는 이메일을 열었고,
다음 주 일정표를 열어봤다.
그리고 거기에,
“글쓰기: 아이디어 생각해 보기”
라는 문장을 넣었다.
그걸 보는 순간 아주 조금, 나는 ‘일하고 있다’는 착각에 위로받았다.
사실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날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누구한테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쉰다’는 건 요즘 내겐
‘도망친다’는 말처럼 느껴졌다.
도망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만이
이 시대에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일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일하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했다.
쉬는 걸 쉬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