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행복은 습관이야"라고 말한 사람

- 그래? 난 불행을 버릇처럼 한다

by 이한

며칠 전, 드라마에서 누가 그랬다.
"행복은 습관이야."


그 대사를 듣는 순간, 나는 리모컨을 던지고
가만히 앉아 감자칩을 주워 먹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그럼 나 지금 불행 습관이구나.”

아니, 행복이 습관이면 왜 나는
기껏해야 주 1회 행복하고,
나머진 그냥 버티는 건데?


아침엔 커피포트를 올리다가 엎질렀고,
점심엔 김밥 먹다가 청양고추를 통째로 씹었고,
퇴근길엔 비도 아닌데 누가 물 튀긴 바람에 바지가 젖었다.


행복이 습관이라면,
이건 거의 나쁜 버릇 수준이다.


난 왜 맨날 이런 식일까.

문득 떠오른 책 구절이 있다.

예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말이었다.

"비가 온다고 해서 우산을 탓하지 마라."
비는 그저 내릴 뿐이고,
우산은 그저 막을 뿐이고,
우리는 그냥 젖는 것이다.


그 말을 떠올리며 나는 나에게 물었다.
“그래서 넌 지금 뭐가 그렇게 불편해?”
정확히 말하자면 불편한 게 아니라,
살짝 억울한 거였다.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는데,
계속 인생이 나를 시험하는 기분.


밤이 되었다.
드라마는 끝났고, 감자칩은 사라졌고,
나는 오늘도 별일 없이 하루를 마쳤다.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행복은 습관이 아니라, 착각일지도 모른다.
하루 중 몇 초 정도 ‘나쁘지 않다’고 느낀 그 순간을
“행복했다”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


그렇다면
오늘 나는, 착각이지만 분명히
한 세 번쯤은 행복했다.

— 감자칩 처음 뜯었을 때
— 친구한테 쓸데없는 짤 보내고 같이 웃었을 때
— 하루 끝내고 혼자 누워서 이불 덮은 지금 이 순간


그래서 오늘의 결론은 이거다.
"행복은 습관이 아니지만, 습관처럼 착각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걸 알게 되는 것도

그냥 그런 하루의
소중한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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