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양말을 뒤집어 벗었다는 이유로

- 작은 게 모든 걸 말해주는 하루

by 이한

오늘 아침, 나는 양말을 뒤집어 벗었다.

그 사실 하나로 하루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모든 게 귀찮았다.
양말을 바르게 벗는 것조차 귀찮을 만큼.


사실, 뒤집어 벗은 양말을 보면
그 사람의 하루 상태가 다 보인다.

양말이 뒤집힌 채로 세탁기에 들어가 있으면,
그건 거의 신호다.
"나 요즘 좀 지쳐 있어."


치약도 뚜껑을 안 닫았고,
컵에 물도 반쯤 남겨놨고,
그릇도 설거지까지는 못 가고 그냥 싱크대에 놓아두었다.

이런 날은 보통,
‘기분은 애매하고, 의욕은 없고, 이유는 모르겠고’
그 삼위일체가 이루어지는 날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양말 한 켤레에 대해 생각했다.
그걸 바르게 돌려놓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렵냐고.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도 저런 거 아닐까.”


처음엔 잘 맞춰 신었는데,
벗을 땐 자꾸 뒤집히고,
그걸 다시 되돌리는 데는 의외로 에너지가 많이 든다.


저녁이 되자 갑자기 그런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그냥 포기하자.’
그래서 나는 세탁기에 양말을 넣지도 않고,
소파에 던져두었다.
내일의 내가 다시 펼쳐주겠지,
그 녀석은 나보다 조금 더 성실하니까.


어쩌면 우리는 너무 자주
‘별거 아닌 하루’에 대해
너무 많은 자책을 하며 살아가는 건 아닐까.

양말 하나, 설거지 하나, 안 한 걸로
인생 전체를 게으르다고 단정 짓는 것처럼.


오늘 내가 배운 건, 이거다.
양말은 뒤집어도 괜찮다.
하루쯤은 대충 살아도 괜찮다.
우리는 그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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