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벽, 나는 거룩하게 살기로 다짐했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길,
차가운 공기마저 왠지 경건하게 느껴졌다.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했다.
“오늘은 부드럽고 인자한 사람으로 살겠다.”
그리고 3시간 뒤—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끼이익—
벽과 내 차 범퍼 사이에서
거룩함이 쭈욱— 미끄러져 나갔다.
그 순간 나는,
베드로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믿음을 저버렸다.
“아X…!”
입에서는 본능적으로 고대 이집트의 저주 같기도 한
현대적인 단어들이 쏟아졌다.
내 손은 스티어링 휠을 쥔 채로 벌벌 떨었고,
심장은 1.5배속으로 영적이지 못한 비트를 쳤다.
나는 차에서 내려
범퍼에 손을 대보았다.
기스.
아주 길고, 아주 선명한,
마치 나의 미완성된 성품처럼.
나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방금까지 다짐했던 그 말을 떠올렸다.
“부드럽고… 인자하게…”
그리고 다시 조용히 말했다.
“아, 모르겠다.”
그날 하루 종일,
내 거룩함은 범퍼 한쪽에 걸려 있었고,
나는 그걸 한 번 쳐다보고,
한숨 한 번 쉬고,
다시 웃었다.
신앙도, 인내도,
가끔은 이런 걸로 시험당한다.
그리고 나는 오늘 또 깨달았다.
거룩함은 새벽에 다짐하는 게 아니라,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거였구나.
그날은, 그냥 그런 날이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범퍼가 먼저 말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