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5월은 가장 잔인한 달

by 이한

T.S. 엘리엇은 말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나는 조용히 반박한다.
형, 한국에선 5월이야.”


5월은 시작부터 행사 폭격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심지어 종합소득세 신고일까지 있다.

이 정도면 그냥 국가 차원에서
통장을 비워라 대축제”라도 여는 줄 알겠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며칠 전 차 범퍼까지 까먹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까였다.

그날 거룩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결국 까인 건 마음이 아니라 자동차 도장이었다.


이쯤 되면 5월은 한 달짜리 구독 결제 같은 거다.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
취소는 안 되고,
환불도 안 된다.
심지어 보람도 별로 없다.


문득 생각해 본다.
왜 어린이날은 있지만,
“어른이날”은 없는 걸까?

어른들은 매일매일 살아내느라 정신없는데,
정작 어른들한테는
간식 한 봉지도, 선물 하나도 없다.


오늘 내게 온 건
세무서에서 보낸 종합소득세 안내장과,
주차장에서 까인 범퍼 자국 처리 비용이었다.


그래서 나는 다짐했다.
내년 5월엔 반드시
“어른이날 기념 셀프 선물”이라도 챙기기로.

물론, 돈이 남아 있으면 말이다.


오늘은, 그냥 그런 날이었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인데…

아.... 집 강아지가 아프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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