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편의점 우산을 살까 말까 5분 고민

by 이한

비가 왔다.

그렇게 많이 온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시하고 걸을 정도도 아니었다.
딱 애매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비”였다.


나는 편의점 앞에서 5분을 서 있었다.
삼천오백 원짜리 비닐우산 하나를 사느냐, 마느냐.
그걸로 내 전체 인생철학이 시험당하는 기분이었다.


우산이 필요한 건 맞다.

하지만 문제는,
그 우산을 사는 순간 나는 젖지 않기 위해 지갑을 연 사람이 된다.
그게 괜히 패배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예전에 급하게 산 우산이 집에 3개나 있어서
그날도 '안 사' 하고 그냥 뛰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그 우산 셋은 전부 어디 갔는지 모른다.


결국, 나는 오늘도 망설이다가
다른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더 싼 데 있겠지” 하는 마음.
그런데 거기도 똑같았다.
그리고 거기서도 3분 고민했다.
합쳐서 총 8분의 인생이
비닐우산 하나 앞에서 흘러갔다.


결론은 뭐였냐면,
나는 안 샀다.

안 사고 그냥 걸었다.

처음엔 '의지 있는 사람’ 같았다.
걷다 보니 바지가 젖었고,
양말 끝에 물이 스며들었다.


그리고 딱 그 순간,
나 자신이 너무나 감성적인 사람처럼 느껴졌다.
영화에서는 꼭 이런 장면에
잔잔한 피아노 음악이 흐르고,
주인공이 뭔가 중요한 결심을 한다.


하지만 나는 그냥
양말 젖은 거 짜증 난 채로 도착했을 뿐이었다.

도착해서 거울을 봤다.
머리는 부스스하고,
재킷엔 물방울 자국이 찍혀 있었고,
눈엔 미세하게 후회가 떠 있었다.


그때서야
삼천 오백 원이
그리 큰돈은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은 그냥 그런 날이었다.
비가 온다고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는 건 아니다.
어떤 날은 그냥
우산 하나 안 샀다는 이유로
기분까지 눅눅해지는 날도 있다.

그러니까, 다음번엔…
그냥 사자. 제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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