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가 일렁이는 파도 안으로
햇살이 조금 더 길어지고, 바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는 여름이 다가온다는 걸 그렇게 느낀다.
피부가 아니라, 감촉으로.
어느 날, 아주 보송하고 조용한 천 한 장을 보았다.
빛을 머금고 있지만 번쩍이지 않고,
촉촉하진 않지만 이상하게 시원해 보였다.
그건 수건도, 옷감도 아닌… 여름의 조각 같았다.
그 순간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바다를 떠올렸다.
그늘이 드리워진 발코니, 책상 위의 파우치, 햇빛 아래 옅은 분홍색.
멀리 가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바닷바람 냄새가 났다.
사진 속 누군가는 수영복을 입고 있었고,
누군가는 머리 위로 선글라스를 얹고 있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입지 않았지만,
그 모든 여름의 정서를 함께 누리고 있는 기분이었다.
어떤 계절은, 실제로 겪지 않아도
마음에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어떤 물건은, 손끝에 닿기도 전에 기억이 된다.
나는 그 바다에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음은 확실히 다녀왔다.
#샤넬
#코코비치
#샤넬코코비치2025
#여름의기억
#조용한여름
#보송한질감
#감정의계절
#바다에가지않고
#여름의결
#루미로그
#기억의장면
#빛과직물
#감도에머무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