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정리하는 방식에 대하여
레이어드는 쌓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겹쳐지는 감정들을 천천히 정돈해 가는 행위,
지금의 나를 비추는 방식일지도.
예전엔 쌓는 주얼리를 좋아하지 않았다.
겹치는 것들은 늘 복잡했고,
어디서부터가 나인지 알 수 없게 만들곤 했다.
반지는 손끝에서 나를 말하는 물건이기에,
너무 많은 건 내 속마음을 가려버리는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처음, 샤넬의 코코크러쉬를 겹쳐보았을 때
그 반짝임은 조용히 리듬을 만들었다.
티 나지 않게, 정돈된 선율처럼
감정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결이 느껴졌다.
그날, 매장에서 여러 반지를 껴보다
조금은 망설이며 베이지골드 링을 손에 올렸다.
색이 내 톤과 어울릴지 자신도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미묘한 온기가
손 위에 머무는 감정을 부드럽게 눌러주는 느낌이었다.
화이트골드는 내 안을 선명하게 비춘다.
차가운 듯 단단한 표면이
오늘의 마음을,
생각의 결을 조금 더 또렷하게 보여준다.
반면 베이지골드는
어쩐지 조금 더 감정을 눌러주고,
낮은 톤으로 나를 감싸 안는 느낌이다.
그건 마치 내 안의 여백에
조용히 머무는 음악 같은 온기.
나는 요즘, 주얼리를 고를 때
이게 나를 반짝이게 하는지보다
지금의 나를 그대로 두는지를 먼저 본다.
많이 빛나지 않아도 좋다.
과하지 않고, 조용한 반짝임이면 충분하다.
레이어드는 어쩌면
다른 나를 덧입히는 게 아니라
덜어낸 나를 조용히 감싸주는 방식일지도.
샤넬의 코코크러쉬는
그렇게 내 감정의 온도에 따라
다르게 겹쳐지고, 다른 리듬을 만든다.
두 개의 링.
하나는 미니, 다른 하나는 스몰.
하나는 베이지골드, 다른 하나는 화이트골드.
그 조합이 매일 같지는 않지만,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리듬은 언제나 같다.
정돈되고, 나를 닮은 결.
오늘의 나는 이 조합이 마음에 든다.
베이지골드는 중심에 있고,
화이트골드는 약간 떨어져 있는 날.
어쩌면 이것이 지금의 내 마음의 거리인지도.
빛나서 고른 것이 아니다.
덜어내고, 남은 감정이
자연스럽게 골드로 이어진 것뿐이다.
레이어드는 손끝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어느 날은 손목 위의 골드가
링보다 더 많은 말을 건넬 때도 있다.
코코 크러쉬의 브레이슬릿은
정제된 곡선 안에 단단한 결이 흐른다.
움직일 때마다 아주 조용히 부딪히고,
그 마찰에서 오늘의 감정이 흘러나온다.
나는 브레이슬릿을 여러 개 겹쳐 끼우는 대신
하나씩, 온도를 달리하며 겹쳐본다.
화이트골드가 중심일 땐
그 차가운 명료함이 내 생각을 정리해 주고,
옐로골드를 더하면
감정이 한 톤 부드러워진다.
베이지골드는,
어쩌면 내 안의 말하지 않은 것들을 대신 감싸주는 톤이다.
말없이 감정을 배치해 주는, 조율의 골드.
손끝의 링이 오늘의 생각을 붙들고 있다면,
손목 위의 브레이슬릿은
그 생각의 박자를 조율하는 리듬감 같은 것.
레이어드는 그래서 아름답다.
겹친다는 건, 감정을 누적하는 게 아니라
비워가며 나를 다듬는 일.
손끝과 손목,
그 사이의 거리를 따라
오늘의 감정이 고요하게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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