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와 마고 사이에서
나는 하나의 물건을 고를 때,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로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예쁠 뿐인 건 오래 들 수 없다는 걸,
몇 번의 경험으로 배웠기 때문이다.
에르메스 켈리 25는 그런 의미에서 내게는 유산이다.
선의 각도가 절제되어 있고,
잠금 구조 하나에도 역사가 깃들어 있다.
가죽과 금속이 이루는 긴장감은,
어딘가 나의 태도 같은 것까지 정돈해준다.
그에 비해 더 로우 마고 15는 오늘의 내 루틴과 훨씬 가까운 편이다.
아침에 허리를 숙이고 반려견을 안아올리는 동작,
양손에 커피와 서류를 동시에 쥐는 일상.
그 속에서 마고는 말없이 나를 따라오는 실루엣이다.
하나는 내가 지향하고 싶은 우아함이고,
하나는 지금 나를 둘러싼 현실 속의 조용한 무게다.
그래서 어느 쪽도 놓을 수 없었다.
나는 아마,
정제된 감도와 절제된 실용을
동시에 사랑하는 사람이다.
한 손엔 클래식한 긴장감,
다른 한 손엔 무게를 덜어낸 구조의 감각.
가방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페르소나가 공존하는 걸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아주 나다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브런치에세이 #루미로그 #켈리백 #마고백
#더로우 #에르메스 #가방에세이 #페르소나
#클래식감도 #미니멀실용 #선택의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