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감정은 어디에 머무는가

귀에 걸면 여운이 되고, 목에 걸면 기억이 된다 – 주얼리의 자리

by 루미 lumie


어떤 감정은 말하지 않아도 남는다.

다 잊었다고 생각한 날에도,

문득 거울을 보거나 손을 올릴 때

그 감정이 조용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순간이 있다.


나는 그걸 주얼리에서 자주 느낀다.

특히, 귀와 목 사이에서.



감정의 위치, 혹은 흐름


귀에 걸리는 건 여운이다.

가볍고, 짧고, 흘러가는 것.

누군가와 마주 앉았을 때

흔들리는 귀걸이가 보여주는 건

말보다 늦게 전해지는 감정의 뒷부분이다.


목에 걸리는 건 기억이다.

가깝고, 오래되고, 중심에 남는 것.

하루가 끝나고 옷을 벗을 때까지,

그 감정은 목 위에 머물러 있다.


나는 이 두 곳이 감정의 입구와 출구 같다고 생각한다.

귀에서 시작된 감정은

목에서 잠들고, 손에서 사라진다.



플라워레이스 이어링 – 흐르는 감정의 그림자


플라워레이스 이어링은

빛과 공기의 틈으로 감정을 퍼뜨리는 주얼리다.


두 송이의 꽃은 고정돼 있지 않고,

움직일 때마다 조용히 흔들린다.

빛이 정면으로 반사되기보다

옆으로 흘러나가는 구조.

그래서 더 시선이 오래 머문다.


이 이어링은 ‘나를 보여주고 싶은 날’보다

‘내가 느끼고 있는 중인 감정’을 표현하고 싶을 때 더 잘 어울린다.


나는 플라워레이스를 귀에 걸 때,

그날 내 감정이 밖으로 살짝 흘러가도 괜찮다고 느낀다.


스노우플레이크 목걸이 – 잠들어 있는 감정의 결정


스노우플레이크 목걸이는

빛나는 기억 하나를 목 위에 걸어두는 구조다.


작고 단단한 눈의 결정처럼,

모양은 정제돼 있지만 의미는 풍부하다.

화이트골드에 세팅된 다이아는

화려하지 않고, 날카롭지도 않다.


그건 조용히 쌓여 있는 감정이고,

누군가에겐 보여지지 않아도,

‘나만의 장면’으로 오래 남는 감정이다.


나는 이 목걸이를 걸 때

조용히 무언가를 꺼내어

내 안에 잘 접어두는 기분이 든다.



감정을 어디에 걸고 싶은 날인가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위치를 바꾸며 살아간다.

귀에 걸었다가, 목에 두었다가,

어쩌면 다시 마음 안으로 감춰두기도 하면서.



나의 오늘은 어디에 걸려 있을까


오늘 나는 아무것도 말하고 싶지 않지만

감정이 없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나는 귀에 플라워레이스를 걸고,

목에는 아무것도 걸지 않았다.


흐르고 싶어서가 아니라,

흐르는 감정을 그냥 놓아두고 싶어서.





#감정에세이 #반클리프 #하이주얼리 #감정의위치

#주얼리와기억 #귀걸이감성 #목걸이의기억

#플라워레이스이어링 #스노우플레이크목걸이

#정서적주얼리 #브런치글귀 #루미브런치


keyword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