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에게
정용국
태평소 의젓한 이름
어디다 깻박치고
장마당 기둥서방
가당키나 하신 건지
사위를
단숨에 뒤집고
애간장 다 녹이는
태평소의 속명인 날라리는 주로 백수건달에게 붙는 별칭이지요. 작품 중장에 나오는 ‘장마당 기둥서방’ 노릇을 하는 이가 대표적인 날라리에 속합니다. 세상 사람은 천차만별이어서 날라리 기질이 다분해도 실속을 차리며 경우가 바른 사람도 있습니다. 반면 겉모양은 전혀 날라리 같지 않은데 날라리 뺨치는 작자 또한 군데군데 있습니다.
‘태평소 의젓한 이름’을 두고 날라리라 불리게 된 유래는 잘 모르겠군요. 그런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잘 놀 줄 아는 날라리라면 요즘 심심찮게 회자 되는 ‘부캐’처럼 각광받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태평소는 궁중에서는 종묘제례악에 등장하고 쩌렁쩌렁한 음색으로 대취타 등 군악에서도 그 역할이 큽니다. 민간에서는 가락을 내는 풍물악기로서 타악기와 어울려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애절한 흐느낌이 감돌다가 일순 흥을 돋우는 변주는 그야말로 사람을 들었다놨다 하지요. 이러한 재주는 점잖은 어감의 태평소보다 날라리가 맞겠단 생각도 듭니다.
‘사위를/단숨에 뒤집고/애간장 다 녹이는’ 날라리 기질이 오늘날 K팝이 지구촌을 휩쓰는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고난의 역사 속에서 쌓인 한과 그 한을 풀어내기 위한 흥이 우리 정서를 보다 깊고 풍부하게 했고 이를 세계가 공감했을 것입니다. 흥은 또 정을 나누도록 부추기지요. 그리하여 서로 신명 나고 하나 되게 하여 우리 삶이 윤택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날라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