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다, 참 가깝다
노영임
병문안 간다는 게
장례식장으로 들어섰다
주방과 화장실 사이
문 하나로 들락거리듯
한 건물
위층 아래층
삶과 죽음이 참 가깝다
어느 정도 규모를 가진 병원이면 대개 장례식장을 운영합니다. 병원을 방문하여 주차장에서 출구를 찾다 보면 장례식장을 경유하는 경우가 있더군요. 비슷한 경험이 바탕이 된 작품으로 작가의 소감이 제목에 잘 집약되어 있습니다. 처음의 '가깝다'는 물리적 거리일 것이고, 뒤이은 '참, 가깝다'는 그 물리적 거리감마저 덮어버린 심리적 거리감이겠지요.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인간의 실존은 양면성을 갖습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 살아갈수록 죽음이 점차 가까워지는 것이죠. 중장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둔 주방과 화장실을 거론하며 섭취와 배설이라는 상반되면서도 상호 연결되는 또 다른 양면을 보여줍니다. 종장에서는 ‘한 건물/위층 아래층'의 계단을 통해 삶과 죽음의 현장이 공존하는 우리의 일상을 상기시킵니다. 하지만 작가는 굳이 이를 살아가는 동안 명심해야 할 것으로 강조하진 않습니다. 그냥 한마디 툭 던지는 게 천년만년 살 것인 양 현실에 너무 집착하지 말자는 속삭임으로 들려옵니다.
선언적인 제목과 달리 본문은 담담한 어조로 풀어나간 작가의 의도를 읽습니다. 제목은 직선적인 느낌이지만 종장의 ‘참, 가깝다’는 연륜에서 우러나는 곡선의 완만함이 느껴집니다. 우리의 한쪽 면이기도 한 죽음을 바라보면서 이를 부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시선은 삶을 긍정적으로 영위하도록 중심을 잡아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