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집
박명숙
기억은 굴뚝이야
숯댕이로 살고 있지
누가 달을 꾸어다 굴뚝에 앉혀 두었나
캄캄한 생각을 긁어 봐
그을린 긴 아궁이를
기억은 굴뚝이라는 시인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굴뚝 하면 먼저 연기가 떠오릅니다. 기억이 ‘숯댕이로 살고 있’는 것이라면 연기는 허공으로 사라져 기억 속에 남아 있지 않은 그 무엇이 되겠죠. 제목이 ‘옛집’이군요. 시인의 기억은 부모 형제가 함께 살았던 고향집을 향하고 있나 봅니다. 물론 그 집엔 굴뚝이 있을 테지요.
중장에 재미난 표현이 이어집니다. 굴뚝 위에 뜬 달은 누가 꾸어 온 걸까요. 중장은 작품을 동화 속의 한 장면으로 꾸며놓습니다. 시상이 떠오를 당시의 풍경일 수도 있고 어릴 적 기억 속의 풍경일 수도 있겠습니다. 필자 또한 유년 시절 판잣집이 빽빽하게 자리 잡은 산동네에서 본 둥근 달의 모습을 지금도 뇌리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달은 기억의 굴뚝 위에 그리움으로 떠서 주변을 비추어주는군요.
우리가 묻어둔 채 잊었다고 생각하는 과거도 ‘캄캄한 생각을 긁어’봄으로써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을린 긴 아궁이’ 속에 여전히 살고 있는 옛 기억을 당신은 한 번씩 만나는가요 하며 시인이 묻는 듯합니다. 과거는 오늘의 우리를 있게 한 소중한 시간입니다. 굴뚝은 가끔 긁어주어야 되살아나는 과거를 불러옵니다. 과거를 무심히 버려둔다면 지금의 시간도 언젠가는 버려질 것입니다. 잠시 눈을 감고 기억 속의 옛집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옛집, 아궁이에 스며 있는 온기가 느껴지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