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교
변현상
전라도
보성
벌교
저 갯벌이 종교다
날름
날름
주워먹는
꼬막은 구휼금이고
널배가 넓은 신전을
헌금도 없이
지나간다
여기, 전남 보성의 벌교를 종교라고 주장하는 시인이 있습니다. 부언하자면 벌교의 갯벌이 종교라는 것이죠. 그 주장이 과연 어떠한 정서적 근거를 가지는지 독자는 눈여겨볼 수밖에 없습니다. 중장에 등장하는 꼬막은 벌교의 갯벌에서 많이 생산되는 조개인데 꼬막요리는 그곳의 향토 음식으로 이름나 있지요. 크기에 비해 풍부한 육즙과 졸깃한 식감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습니다.
시인은 이 꼬막을 구휼금이라 칭하네요. 가난한 시절 배고픈 사람들에게 갯벌이 아낌없이 내어준 꼬막은 구휼금이나 다름없었지요. 이는 광야에 내리는 만나를 연상케 하면서 시인의 주장대로 굶주린 자들에게 먹을 것을 베푸는 게 종교가 가야 할 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종장에 들어서면 갯벌은 우리 삶을 품어주는 넓은 신전으로 치환되며 종교의 의미가 깊어집니다. 널배가 ‘헌금도 없이/지나간다’라는 진술은 헌금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요즘 교회의 일면을 슬그머니 꼬집기도 합니다.
이 작품은 자유로운 배행을 구사하여 보는 이마저 자유롭게 해주는군요. 초장의 행갈이는 넓은 지역에서 점점 목표 지점으로 초점이 맞춰지는 줌인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또한 중장에서는 꼬막을 채취하는 모습을 ‘날름’이란 의태어 한 마디로 함축하고 행을 바꿔 반복함으로써 현장의 생동감을 자아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