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
박권숙
생으로 타는 목숨이 아픈 날도 있었다.
이제 내 안에 불을 가두어 견딤은
순금빛 그대 불빛을 더욱 빛내기 위함이다.
2021년 6월 '생으로 타는 목숨'을 사르고 우리 곁을 떠난 시인이 있습니다. 박권숙 시인은 젊은 시절부터 신부전증을 앓았지요. 생사의 갈림길에서 두 번의 신장 이식을 받았지만, 지속적으로 합병증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죽음과 싸우는 시인에게 구원이 되어준 시조는 이제 숯으로 남아 우리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합니다.
인생의 한 궁극을 숯을 구워내는 과정으로 옮겨 놓은 이 작품은 시조 미학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장작이 타들어 가면서 탁, 탁 신음하는 소리와 함께 생살이 타는 아픈 날이 있었고 이어지는 ‘불을 가두어 견’뎌야 했던 인내의 시간이 있어 숯불은 더욱 빛나게 됩니다. 다 타서 재가 되는 게 아니라 고통의 정점에서 제 몸의 열기를 식혀 침묵하며 기다리는 숯. 더욱 빛나는 시간을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생은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숭고해지기까지 합니다.
종장의 ‘그대’ 앞에서 시선이 머뭅니다. 그대는 누구일까요. 병중에서 자신을 지탱케 해준 시조를 포함한 모든 것에 부여한 인격일까요. 그보다 딸에게 신장을 내어주고 먼저 떠난 아버지일 수 있겠고 또 시인이 신앙하던 하느님일 수도 있겠습니다. ‘순금빛 그대 불빛’은 생명에 대한 시인의 헌사이면서 사랑입니다. 그 불빛을 더욱 빛내기 위한 기다림 또한 사랑입니다. 한 생을 고통 속에서 사랑으로 살다 간 시인을 추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