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의 재발견/ 김양희

by 이광

만남의 재발견

김양희


엉겨 붙은 핏덩이에 달라붙은 거즈처럼

그 시간 넌 나에게 절실한 필요였지만


솟던 피

멈추고 나면

떼어내기 두려워



대개 시의 출발은 사물의 재발견에서 비롯됩니다. 시인이 재발견하게 되는 만남은 일상의 우발적 사건으로 발생했다가 그 마무리를 앞두고 불거집니다. ‘절실한 필요’에 의해 설정된 관계는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해제라는 절차를 거쳐야겠지요. 그런데 그게 그리 수월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사회생활은 부단한 만남으로 점철되지요. 원하던 원치 않았던 모든 만남에는 꽃이 피면 지듯이 마감 시점이 있습니다. ‘달라붙은 거즈’는 그 이면의 상처와 그 상처를 감싸주는 실체의 한시적 관계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결속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리해야 할 단계에 이르지요. 정리에는 상당한 감정의 소모가 따르기도 합니다. 섣불리 떼어내다간 고통이 수반되고 상처가 덧나는 경우도 생기겠죠. 복잡한 현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다양한 만남과 작별을 반복합니다, 종종 반복되는 만남에는 그간 쌓인 경험치로 원만한 대처가 가능하지만, 일회성 또는 불시의 만남에선 ‘떼어내기 두려워’하는 상황과 맞닥뜨릴 수 있습니다.


초장과 중장은 시조 배행의 기본을 따르며 만남의 시간을 진술하고 있고, 종장은 3행으로 배열하여 긴장을 고조시키며 만남의 재발견이라는 심경을 실감 나게 토로합니다. 상황 종료를 위한 결단에는 망설임이 따를 수밖에 없지요. 우리는 지금 떼어내기라는 실행을 앞두고 사뭇 긴장한 화자의 한순간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16화숯/ 박권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