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바위보
이 광
불끈 쥔 주먹으로
들이밀 걸 헤아리고
두 손가락 선뜻 펴서
순순히 내미는 너
네 앞에
활짝 펼칠 손
준비 못 한 내가 졌다
가위바위보는 순서나 자리를 정하기 위해 하는 단순한 게임이지요. 누가 더 우세한지 실력을 겨루는 시합은 아닙니다. 보를 이긴 가위가 보에게 진 주먹 앞에 물러나듯 그 속엔 음양의 이치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는 이 광대무변한 세상에서 승패는 단지 한순간의 표시일 뿐입니다.
대개 사람들은 자신을 다잡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곤 합니다. 상대방이 주먹을 쥔 자세를 취할 때 반응은 두 가지일 겁니다. 자신도 주먹을 보이며 상대와 대치하거나 더 강력한 힘으로 제압하려는 것이죠. 물론 현실에서는 그 상황을 피하려고 자리를 벗어나기도 하지요. 또한 상대를 선의의 경쟁자로 대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무조건 이기려고 적대시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코 이기고 싶지 않은 상대, 오히려 져주고 싶은 상대도 있지 않을까요.
이기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달리 표현하려니 사랑이란 말이 먼저 생각나는군요. 사랑이 아니더라도 양보나 배려의 마음가짐에서 그런 행동이 나오기도 하겠지요. 그러다 보면 크건 작건 희생이 따르기도 할 겁니다. 물론 그런 사람을 만나는 건 흔치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눈에 잘 띄진 않지만 분명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 그는 결코 이기려 하지 않겠지만 그 앞에선 나는 언제나 지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