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이 광
잠깐을 머물다 갈 길손인 걸 알면서도
새가 막 자릴 뜨자 나뭇가지 요동친다
한 사람 길을 떠나는
하늘이 참 푸르다
졸시 한 편 소개합니다. 십여 년 전 마산 화장장에서 외숙모를 하늘로 보내드리는 날의 이야기입니다. 애도의 심사를 뒤흔드는 행렬이 나타나 주위를 착잡하게 했습니다. 열한두 살쯤 됐을까 싶은 아이가 활짝 웃는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상주로서 앞장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 뒤를 까만 상복의 젊은 미망인이 옆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따르는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아야 했지요. 그러던 중 길가의 나무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위 작품은 이 세상에 와 ‘잠깐을 머물다 갈 길손’인 우리의 삶을 새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발인 현장의 광경을 바로 담아내지 않고 대신 새가 떠난 나뭇가지가 요동치는 장면을 옮겨놓으며 사별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전합니다.
초장과 중장은 지상의 풍경이요, 배행을 달리한 종장은 하늘의 모습으로 병행 구조를 이룹니다. 요동치는 나뭇가지와 대비되는 하늘은 그날따라 유난히 푸르러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는 슬픔을 한결 더 깊게 하지요. 그러나 하늘이 무심한 건 아닙니다. 날씨마저 흐렸다면 슬픔도 처절하여 산 자나 망자나 걸음이 무거웠을 텐데 푸르른 하늘이 이별을 경건하게 이끌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