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잡이/김영주

by 이광

손잡이

김영주


아끼던 손가방이 손잡이만 다 해졌다


내 살과 너의 살이 부대끼며 사는 동안


내민 손 받아주는 일


그 아픔을 몰랐다니



김영주 시인의 <손잡이>를 읽으며 집사람한테 무심했던 지난날이 떠오릅니다. 사물을 대하는 눈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육안이고, 또 하나는 심안이지요. 시인이 아끼던 손가방이 있습니다. 차림새 갖춘 외출에 동반하는 가방 같은데 그 손잡이가 다 해졌으니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해진 게 아니라 서서히 닳아가는 모습을 시인은 그러려니 하고 보아오다가 어느 날 문득 마음에 걸리면서 한 편의 시가 탄생합니다. 즉 육안에서 심안으로 연결이 된 것이죠.


그동안 무심히 보고 넘겼던 손잡이의 아픔이 심안을 통해 전달되면서 가방은 ‘내 살과 너의 살이 부대끼며 사는 동안//내민 손 받아주는’ 관계로 존재의 의미가 확대됩니다. 부부나 자녀와의 관계로 읽을 수 있고 조직 내 상하 관계로 접근할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손을 내밀곤 합니다. 그 손을 받아주는 자의 심정도 다 내 마음 같겠지 하고 단정하는 태도는 상대를 무시하는 경우와 결과적으론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 손과 손이 서로 맞잡는 유대에도 한쪽은 그저 말없이 인내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배행은 초장과 중장을 한 행씩 띄우고 종장은 전구와 후구를 한 행씩 띄운 비교적 간결한 모양새이군요. 속삭이듯 나직이 들려오는 화자의 독백에서 손가방을 통해 지나온 자신을 성찰하는 작가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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