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흙!흙!
손증호
콘크리트 숲에 갇혀
한 아이 울고 있다
눈물 닦아 줄 사람
어디에도 안 보이는데
깜깜한 얼굴을 묻고
흙!흙!흙! 울고 있다.
손증호 시인의 <흙!흙!흙!>을 읽습니다. ‘콘크리트 숲에 갇혀’ 울고 있는 한 아이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일 수 있습니다. 부모는 돈벌이 나가고, 같이 놀 만한 친구가 없어 외로운 아이입니다. 실지로 한낮에 홀로 지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는데 ‘섬집아기’나 기찻길 옆 오막살이의 아기처럼 잠만 잘 순 없는 노릇 아닌가요. 또 한편 울고 있는 아이는 빌딩이 늘어선 거리, 바쁜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어른들의 동심일 수도 있지요.
‘눈물 닦아줄 사람/어디에도 안 보이는’ 중장은 콘크리트 숲에 가린 소통 부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조용필의 명곡 <꿈>의 가사에도 있듯이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찾아왔네. 그곳은 춥고도 험한 곳’인 것입니다. 종장에서는 한 번 더 달리 생각할 여지를 보여줍니다. ‘깜깜한 얼굴을 묻고’ 콘크리트 바닥 아래 갇힌 흙 역시 따뜻한 햇빛이 그리워 울고 있는 건 아닐까요. 문명에 신음하는 자연의 울음을 아이의 울음 속에 같이 담아내고 있는 것이지요.
흙의 발음은 ㄹ받침이 묵음이 되면서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흐느낌 소리와 같아집니다. 시인은 이를 잘 포착하여 시의 의미를 더욱 깊게 하고 있군요. 흑, 흑, 흑 눈물을 흘리는 콘크리트 틈새의 한 줌 흙에서 새봄 민들레꽃이 피어나는 상상을 해봅니다. 초, 중, 종장의 전구와 후구를 각각 한 행으로 처리하여 여백이 전혀 없이 배행한 것은 건조한 도시 문명의 상징인 콘크리트 구조물을 연상케 합니다.